내용요약 '내년1월 시행' IRA 두고 양측 갈등 심화
EU집행위원 "유럽, 미국과 동등한 대우 원해"
마크롱 佛 대통령, 바이든 美 대통령 만나 IRA 우려 전할 예정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사진=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지난 8월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은 지난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폭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IRA 시행으로 유럽의 전기차, 재생에너지 업체들이 설 곳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EU는 내달 5일 열릴 미국과의 무역기술협의회(TCC)를 앞두고 무역분야 회의를 열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집행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IRA를 정면 비판했다.

녹색 경제 전환의 일환인 IRA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기후위기 관련 사업에 3750억달러를 투입한 법안이다.

그러나 북미산 전기차와 배터리 등에만 세금 공제·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했고, 이에 피해를 보게 될 한국과 EU 등 관련국들은 'IRA 중 최소 9개 항목이 국제통상법을 위반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가 통하지 않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EU는 내년 1월 IRA의 시행 막판까지 미국을 계속해서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돔브로우스키스 위원은 "(IRA법이) 제공하는 녹색 보조금의 대부분은 EU 자동차와 재생 에너지, 배터리,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차별한다. 이는 미국에 계속적으로 제기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공정성을 원한다"며 "유럽이 미국 기업과 수출을 대하는 방식처럼 미국 역시 같은 방식으로 유럽을 대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로 공유한 녹색 목표를 염두에 두고 배터리와 재생 에너지, 재활용 등의 분야에서 동맹을 구축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과 EU가 "불필요한 방해나 잠재적 새로운 분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고위급 테스크포스에서 논의 중이다. 쉽지 않지만 구체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돔브로우스키스 위원은 "IRA의 위험을 혼동하는 미국에 주의를 주고 싶다. 미국은 많은 문제들 중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강화하는 EU의 진정한 동맹국"이라고 미국에 강하게 경고했다. 

한 EU 외교관 역시 "EU 구성원들은 여전히 바이든이 IRA 법안을 의회로 돌려보내 조정하기를 희망한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최근 EU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카드로 EU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미국까지 가세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플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돔브로우스키스 위원 역시 “러시아의 전략은 추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무릎 꿇게 하고 유럽에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전쟁 승리를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돔브로우스키스 위원은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 다녀왔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중요 인프라 상황은 극적이고, 사람들은 물과 전기 등을 빼앗겼다"며 "이런 끔찍한 공격에 직면해 대서양 횡단 통합을 강화하고 날카롭게 대처해야한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미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사진=마크롱 대통령 SN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사진=마크롱 대통령 SNS

프랑스도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IRA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고 로이터·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측은 IRA 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유럽 업체에 보조금 등의 혜택을 주자는 IRA의 맞불 성격인 ‘유럽 제품 구매법(Buy European Act)’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 역시 IRA 시행을 앞둔 미국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경제6단체(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미국 상·하원 의원과 부처 장관에게 IRA가 한국산 전기차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우려의 내용이 포함된 서한을 송부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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