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FDA, 보완요구서한 보내
현지 파트너 스펙트럼, R&D 인력 75% 감축
임상 3상 추진 시기 미궁 속으로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이 끝내 미국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4일(현지시각) 한미약품의 현지 파트너사인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스펙트럼)’에 포지오티닙의 시판 허가와 관련한 보완요구서한(CRL)을 보냈다. 

앞서 스펙트럼은 지난해 12월 FDA에 포지오타닙의 시판허가신청(NDA)을 제출했다. 이 회사에 한미약품은 2015년 포지오티닙을 기술수출했다. 

스펙트럼이 FDA로부터 수령한 CRL에는 “현 시점에서는 포지오티닙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서는 FDA가 허가 승인을 신청한 약물을 살펴본 후 추가적인 조치나 자료가 필요할 때 기업에 보낸다. 만약 CRL에 기재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 FDA 승인을 다시 추진할 수 있지만,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일부 기업은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FDA가 사실상 포지오티닙 승인을 거절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지난 9월 “포지오티닙의 치료 효과가 환자에게 미칠 위험보다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게다가 대부분의 자문위원은 신속승인에 반대표(반대 9명, 찬성 4명)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포지오티닙 대비 임상에서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한 경쟁약물이 허가 승인을 획득한 점도 악재가 됐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일정 용량의 포지오티닙을 투여한 결과 참여자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28%,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5.1개월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 산쿄가 공동개발한 ‘엔허투’는 최근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약물은 임상에서 ORR 58%, mDOR 8.7개월을 기록했고, 지난 8월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또한 일정 용량의 포지오티닙을 하루 1번 복용한 환자의 85%는 심각한 이상 반응을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신속승인 신청 기반인 복용용량(기존 1일 16mg 1회)이 확증임상에서 1일 8mg 2회로 설계된 점도 ‘용량 최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FDA 지난해 얀센 ‘리브리반트’와 다케다제약 ‘엑스키비티’의 시판을 허가했다.

포지오티닙 미국 시장 진출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임상 3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후 FDA 승인을 다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펙트럼이 올해 안으로 R&D(연구개발) 부문 인력 75%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점을 고려하면 포지오티닙 임상 3상 완수 여부는 미지수다. 

스펙트럼은 구조조종을 통해 확보한 비용은 지난 9월 FDA로부터 허가받은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 상업화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장도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리브리반트가, 7월 엑스키비티 등을 허가했다. 포지오티닙 임상 완수 후 시판 허가를 획득하더라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16일 식약처로부터 포지오티닙 국내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스펙트럼 측이 포지오티닙 과제의 우선순위를 낮추고, R&D 인력의 75%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3상 추진 시기는 현재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며, 스펙트럼은 “파트너십 등 포지오티닙의 잠재적인 전략적 대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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