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표단 5~9일 워싱턴 D.C. 방문…IRA 개정 논의 계획
전기차 年 10만대 수출 차질…정부·국회 돌파구 마련 분주
전문가들 “세액공제 요건 3년 유예 가능성 가장 높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정부와 국회 대표단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한 한국 측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한국산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은 물론, 미국 의회의 신속한 법 개정 추진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IRA에 따라 연간 10만대의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수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제 법 개정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 전기차 年 10만대 수출 차질…IRA 돌파구 마련 분주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에 따르면 안덕근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등 대표단은 현지시각 기준 5~9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다. 이번 대표단에는 여야 간사단인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한다.

대표단은 미국 의회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주요 의원 등과 면담을 통해 IRA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의 혜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위 규정 제정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의견 반영을 요청할 예정이다.

지난 8월 미국에서 발효한 IRA는 국내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3960억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그간 업체별로 연간 20만대까지만 주던 세액공제 혜택 한도를 없앴다.

반면 혜택을 받기 위한 새로운 단서를 추가했다.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지만,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고 배터리 핵심 자재와 주요 부품도 이곳에서 일정 비율 조달해야 한다.

그 결과, 북미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배터리 핵심 자재와 주요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산 전기차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IRA로 연간 10만대의 전기차 수출이 지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관석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조정과 변화가 필요한 결함(glitches)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방미를 통해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동맹인 미국과의 실질적인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딜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민관합동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딜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민관합동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 정부·국회, 지속적인 의견 개진…전문가들 “3년 유예 구제 가능성 높아”

정부와 국회 역시 그동안 IRA 개정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정부는 한미 실무채널 등을 통해 미국과 IRA 이행방안에 대한 협의를 지속해 왔다. 지난 11월 4일과 지난 3일 두 차례에 걸쳐 친환경차, 에너지 분야 세액공제에 대한 정부 의견서를 미국 행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 9월 미국 연방 하원 대표단을 만나 IRA와 관련해 한국 전기차 업체에 대한 피해 방지를 요청했다.

김진표 의장은 “현대차 등 한국 대기업이 보조금을 받지 못해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 한미정상회담 당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약속한 대규모 대미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며 “한미 FTA에 따르면 양국은 통상 측면에서 최혜국 대우를 하도록 돼 있고 경제동맹·가치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IRA에 대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IRA 전면 개정이 아닌 세액공제 요건을 3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뜻을 모아 한국의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미국 공장을 설립하는데 전기차 판매 또는 지역 내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당파를 막론하고 한국 측 입장을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 IRA가 FTA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현재 미국 상·하원에서 발의된 개정안처럼 세액공제 요건 3년 유예하거나 다른 특별 조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IRA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유럽에서도 WTO 제소를 언급하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개선의 필요성을 밝혔다”며 “법 자체는 개정을 안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컨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을 통해 최소 3년 유예해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부 역시 3년 유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IRA에 따른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이기 때문에 미국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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