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 이석준 전 국조실작 유력
"손병환 회장 연임 포기 의사 없어…다음 주 최종 후보 나올 것"
NH농협금융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병환 회장을 대신해 관료 출신 인사의 회장 선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 제공
NH농협금융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병환 회장을 대신해 관료 출신 인사의 회장 선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NH농협금융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병환 회장의 연임 대신 차기 회장으로 관(官) 출신 인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애초 역대 최대 실적은 물론 디지털과 ESG 부문을 통해 빼어난 경영 능력을 입증한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젔고, 본인 역시 용퇴 의사는 없다고 밝혔으나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현 정부와 소통 강화 차원에서 관료 출신 인사로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농협금융은 정부와 관계가 밀접한 농협의 조직 특성상 신충식 초대 회장과 손 회장을 제외한 4명의 역대 회장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만료되는 가운데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다.   

차기 농협금융 회장으로 유력한 이 전 실장은 1959년생으로 부산 동아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83년 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주로 경제부처에서 근무했다. 재정경제부 총무과장, 기획예산처 장관정책보좌관,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정책조정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예산실장 등의 직위를 지냈으며, 이후 미래창조부 차관과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첫 영입 인사로 합류했으며. 윤 정부 출범 이후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회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달 14일 임추위를 가동해 차기 회장을 비롯해 농협은행장, 농협생명 대표, NH벤처투자 대표 등, 최고경영자(CEO) 인선 설차에 들어갔다. 임추위 내부규정상 경영승계절차 개시일 이후 40일 이내에 최종 후보자 추전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오는 23일 전까지는 최종 후보군을 확정해야 한다. 

당초 업계 안팎은 물론, 농협금융 내부적으로도 손 회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전망했었다. 김광수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손 회장은 지난 2년간 농협금융의 실적은 물론 업계 최대 화두로 꼽히는 디지털과 ESG 부문에서도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손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이자이익·비자이익의 균형 성장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지주회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인 2조 29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사상 처음으로 '2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어 올해 3분기 누적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1조9719억원을 시현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손 회장은 고객이 체감하는 초일류 디지털금융사 도약을 목표로  '고객관점 디지털 전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을 2022년 경영전략의 핵심 테마로 선정하고, 고객중심의 종합금융플랫폼 구축을 위해 전(全) 계열사가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이 일상 전반에 금융을 쉽고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을 내재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NH농협금융의 대표 플랫폼 'NH올원뱅크'를 고객이 원하는 금융생활을 간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카드, 보험, 증권 등 계열사 핵심서비스를 올원뱅크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소액 금 투자 등 생활금융서비스를 확충해 내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기업 경영의 새로운 지표로 자리잡고 있는 ESG 경영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손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농협이 곧 ESG'라는 사명감으로 전 인류가 처한 기후변화 리스크 해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친환경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 비전인 'ESG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2025'을 바탕으로 '녹색·ESG 투자 활성화 및 친환경 금융그룹 도약'이란 목표를 설정했으며, △E(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경영체계 구축) △S(농업·농촌과 지역사회 발전을 주도해 사회적 가치 창출) △G(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및 대외대응 구축) 등의 부문별 추진방향도 구축했다.

ESG 투자도 농협의 특성을 반영해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의 '그린 임팩트(Impact) 금융'과 친환경 농업 및 농식품 기업을 지원하는 '농업 임팩트(Impact) 금융' 등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이미 연간 투자 목표액(3조 2457억원)을 넘어섰다. 7월말 기준, 농협금융은 그린 임팩트 금융에 8847억원, 농업 임팩트 금융에 1조 6501억원 그리고 ESG 채권·펀드에 1조 2868억원 등 총 3조 8216억원을 투자했다.   

손 회장은 CEO 대표 평가지표인 순이익 실적을 비롯해 디지털, ESG 부문에서도 경영능력을 입증했기에, 업계 안팎은 물론 내부에서도 그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은 농협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으로 농협은행장은 물론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면서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뛰어난 디지털 전문성으로 농협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은 실적은 물론 금융통합 플랫폼 리뉴얼(올원뱅크) 및 개편 등 디지털 그리고 ESG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업계 안팎에서 관료 출신 차기 회장 후보 인사가 거론되기 전까지만 해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관료 출신 인사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차기 회장 후보에 이석준 전 실장이 거론됐고, 일부에서는 손 회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보였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손 회장의 연임 포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크로스 체크도 하고, 손 회장에게 직접 확인했으나 본인 스스로 연임을 포기하겠다고 언급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달 임추위가 가동됐고, 업계 안팎에서 최종 후보자 이름이 거론된 만큼 빠르면 다음 주(12월 셋째주) 안에는 최종 후보자가 추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출범 이후 주로 관료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2대 회장 신동규(행정고시 14회)를 비롯해 임종룡(행시 24회), 김용환(행시 23회), 김광수(행시 27회) 모두 관료 출신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신충식 초대 회장 이후 9년 만에 나온 '농협 출신'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이성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