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SG 펀드 공시 강화 조치…금융기관의 선도적 역할 필요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장 인근에서 그린워싱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는 국제환경단체 회원들 /연합뉴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장 인근에서 그린워싱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는 국제환경단체 회원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ESG경영에 대한 필요성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이를 위장하는 이른바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의 정책적 조치는 금융기관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글로벌 ESG 펀드가 수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장정보 기업 리피니티브 리퍼에 따르면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지난 2019년 2850억달러, 약 377조원 규모에서 2021년 말 6490억달러, 약 860조원 수준으로 커졌다.

그러나 2021년 말을 정점으로 이 같은 성장세는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이는 올 한해 투자시장 여건이 불안정한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겉으로만 ESG를 표방하는 '그린워싱'에 대한 이슈가 불거진 탓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같은 그린워싱의 악영향에 대한 조치로 지난 5월 강화된 공시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핵심 내용은 '명칭규칙(Name rule)'의 적용이다.

명칭규칙은 지난 2001년 투자회사법에 도입된 장치다. 즉 ESG 펀드의 이름이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펀드 명칭과 자산운용의 실제 내용이 최소 80% 이상 일치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치다.

아울러 합리적 투자자(reasonable investor)가 펀드 명칭과 실제 투자행위에 괴리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검증하는 테스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내부자거래 제재 등을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합리적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 등을 살펴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에서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 4월 지속가능 금융공시규정(SFDR)을 도입하며 내년 1월부터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EU에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라면, 유럽 상장기업이 아니라도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한 게 특징이다.

주요 내용은 미국의 조치와 같은 맥락에서 공시 강화를 통한 정보 접근성의 확대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해치거나 상충되는 효과(PAIS)에 대한 공시를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 더욱 직접적이다.

구체적으로는 투자 결정이 실제 초래한 기후나 환경에 대한 효과, 사회적 이슈나 근로자 관련 문제, 인권·부패·뇌물 등의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투자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PAIS' 항목 아래 이와 같은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장봉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의 이와 같은 그린워싱 방지 조치에 대해 "ESG 성공을 위해 만연한 그린워싱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며 "그린워싱 해소 그 자체만으로도 ESG 투자결정을 보다 투명하게 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선택에도 도움이 되어 궁극적으로 ESG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ESG 펀드의 공시 강화와 관련한 조치는 무엇보다도 공시의무를 갖게 되는 금융기관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단 의미다. 펀드를 발행하고 판매하는 금융기관이 기업의 ESG경영에 대한 감시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사례처럼 "자본시장법 제50조 (투자권유준칙), 제183조 (명칭), 제184조 (업무수행) 등 관련조항에 반영해 금융기관의 선도적 역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서도 녹색금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지 오래됐지만 아직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감독 주체는 애매하다. 특히 금융기관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하기엔 근거가 미약하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서 그린워싱을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하여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감독으로 정하고 있는 데 그치고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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