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힘들고 지친 국민에게 큰 희망
포기하지 않는 근성 보여줘
이봉주(왼쪽)와 손흥민. /대한체육회, KFA 제공
이봉주(왼쪽)와 손흥민. /대한체육회,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최근 열린 2022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2)를 만났다. 의지와 관계없이 근육이 수축해 뒤틀리거나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난치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 허리와 어깨는 굽어 보였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봉달이’ 이봉주는 오뚝이 인생을 살아왔다. 충청남도 천안의 가난한 농가에서 막내로 태어난 그는 공놀이를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워 팬츠 하나만 있고 뛰면 되는 육상부를 택했다. 물론 육상도 그에겐 험난한 길이었다. 그는 짝발(왼발 253.9㎜·오른발 249.5㎜)과 평발이라는 최악의 신체조건을 갖고 있었다. 100m를 14초에 주파하는 등 스피드도 느렸다. 하지만 부단히 달리고 또 달렸다.

그 결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달성했다. 또한 1992년 도쿄 국제하프마라톤, 1998년 로테르담 마라톤, 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에서 한국 신기록을 3차례 수립했다. 이봉주가 2000년에 세운 남자 마라톤 한국기록 2시간07분20초는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선수 생활 20년 동안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만 41회. 연습까지 포함하면 그는 지구 4바퀴를 돌고도 남은 위대한 마라토너다.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축구 스타 손흥민(30) 역시 오뚝이라 불릴 만하다. 부상일 때마다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함부르크(독일) 소속이던 2011년 착지 과정에서 오른 발목 인대 파열로 4~6주 진단을 받았지만, 3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복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17년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곤 땅을 짚는 과정에서 오른팔 전완골부 요골 골절을 당했지만 당초 예상됐던 회복기간(12주)보다 4~5주 앞당겨진 시점에 기적적으로 복귀했다. 2020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서도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돌아와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지난달 2일 마르세유(프랑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최종전에서 눈 주위 네 군데 골절상을 입고 4일 수술대에 오를 때만해도 그의 카타르 월드컵 출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의료계에선 회복까지 최소 4~6주가 걸릴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손흥민은 다시 일어섰다. 수술 후 불과 2주 만에 안면보호대를 착용하고 월드컵에 나서 총 4경기(조별리그 3경기·16강전) 풀타임을 뛰었다. 조별리그 우루과이전(0-0 무)에선 상대에 파울을 당해 양말이 찢겨져 살이 벗겨지고 피가 났지만 굴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달렸다. 가나전(2-3 패)에선 넘치는 투지로 헤딩을 시도하기도 했고 포르투갈전(2-1 승)에선 잠시 마스크를 벗고 달리기도 했다.

브라질과 16강전(1-4 패)에서 손흥민은 전반 42분 상대 마르키뉴스(28)와 상체를 부딪혀 왼쪽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1분 만에 다시 일어서 전반전을 소화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도 그의 발은 쉴 새가 없었다.

육상인 이봉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육상인 이봉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봉주와 손흥민의 오뚝이 인생은 힘들고 지쳐 있는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봉주는 가난과 신체적 불리함을 딛고 대회 우승과 스포츠영웅에 올랐고, 손흥민은 부상에도 체념하지 않고 일어서 한국 축구를 월드컵 16강에 올려놨다. 이들은 힘들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그 끝엔 작은 반딧불이라도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기자는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이 끝난 뒤 수상의 영예를 안은 불굴의 마라토너 이봉주에게 질문을 했다. ‘극복과 노력을 강조하셨는데 선수시절 힘들었던 기억과 극복법이 궁금하다’고 묻자 그는 기자의 눈을 또렷이 보며 덤덤히 성공비결을 말했다.

"선수 생활할 때 제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스피드가 부족했습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선수들이 자고 있을 때 더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려 했습니다. 운동이 다 끝나고 들어갈 땐 남아서 노력하려고 했습니다. 그런 게 쌓여서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약점이 어느새 강점으로 변했습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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