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울창한 산림과 계곡, 제련소 주변은 모두 말라 죽어
1, 2공장은 비철금속 생산, 3공장은 슬러지 소각용
사측, 환경부 모두 굴뚝 TMS 설치 갯수 파악도 제대로 안돼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는 52년간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하면서 수많은 환경법을 위반해왔다. 그 결과 오랜기간 동안 봉화군 석포리의 땅과 강, 그리고 대기는 치명적인 영향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해마다 환경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의 마을 주민들은 제련소가 마을 오염의 한계치를 넘겼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그들은 이곳에 영풍이 공화국을 건설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한스경제>는 영풍석포제련소를 직접 찾아 환경 오염 실태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영풍석포제련소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거리가 있는 산림은 울창한 반면(왼) 수증기를 직접 마주하는 산의 소나무들은 고사했다. / 박수연 기자
영풍석포제련소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거리가 있는 산림은 울창한 반면(왼) 수증기를 직접 마주하는 산의 소나무들은 고사했다. / 박수연 기자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1970년 설립된 국내 첫 아연 제련소인 영풍석포제련소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52년째 자리 잡고 있다.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해 매년 1조 20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는 생산량 기준 단일 사업장 세계 3위 규모다. 단연 영풍그룹을 받치고 있는 ‘효자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석포리 주민들은 ‘영풍공화국’이라 일컫는다. 본지가 만난 마을 주민 A씨는 “영풍공화국에서 영풍은 법을 어기는 것을 우습게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영풍석포제련소를 찾았다. 

◇ 영풍석포제련소를 찾다

기자는 영풍석포제련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 번 놀랐다. 첫 번째로 제련소에 다다르기 전 청옥로를 따라 이어지는 울창한 산림과 계곡에 감탄했다. 이어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던 오지에 크게 자리 잡고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에 놀랐다. 마지막으로 제련소 제1 공장 뒤의 휑한 산에 이질감을 느꼈다. 지금껏 본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텅 빈 산을 보며 ‘인위적으로 나무를 밴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제련소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 때문에 나무가 말라죽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증기 안에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 등이 포함돼있는데 습기를 만나면 황산비 즉 산성비가 된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산성비를 맞은 소나무들이 고사했다는 것이다. 

2020년 환경부는 굴뚝 수증기의 영향으로 제련소 서쪽 인근 산림 약 433ha에서 식생고사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제 1공장 앞에서 기자는 온천에서 나는 듯한 매캐한 냄새를 맡았다. 김 대표는 이를 ‘아황산가스 냄새’라고 주장했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제1‧2‧3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1, 2공장에서는 원광석 등을 태워 아연과 황산 등 비철금속들을 생산한다. 3공장은 이와 별개로 추출 후 남은 슬러지들을 태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건식 공정을 사용하는 3공장에서는 하루 약 500톤(연간 약 17만톤)의 석탄을 태운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15년 3공장이 설립 된 이후 황폐해지는 산의 영역은 더 확대됐다. 

◇ TMS 설치된 굴뚝은 5개인데 전체 굴뚝 개수는 “모른다”

굴뚝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기 위해 굴뚝에 TMS를 설치해 환경부로 실시간 전송하고 있지만 수많은 굴뚝 중 TMS가 설치된 굴뚝은 5개에 불과하다. 일정한 기준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은 배출 농도를 자동 측정해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TMS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나머지 굴뚝은 제련소가 대기오염물질 측정 대행업체를 통해 자가 측정한 후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영풍석포제련소와 환경부 모두 제련소에 설치된 굴뚝의 총 개수를 모른다고 답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TMS가 설치된 굴뚝은 황산을 만드는 굴뚝 3개, TSL공정 공장에 2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체 굴뚝 수는 아직 파악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굴뚝의 정확한 개수조차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실제로 측정된 대기오염수치를 조작하거나 측정을 하지 않고 측정한 것처럼 꾸며 제출한 바 있다. 이는 2016년부터 3년 간 이뤄진 조작으로 총 1868부의 대기측정기록부를 허위 발급 받았다. 

◇카드뮴 공정 폐쇄에도…환경부 “하루 22kg 카드뮴 유출” VS 영풍 “추정치일 뿐”

이후 2019년 대기오염 문제와 카드뮴 낙동강 유출 문제가 불거지자 제련소 측은 카드뮴 공정 전면 폐쇄 입장을 밝혔다. 원래는 아연 정광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카드뮴을 회수해 제품화하는 데, 앞으로는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다른 업체에 넘겨 내부 공정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8월부터 1년간 환경부중앙기동단속반 특별점검 결과 환경부는 하루 약 22kg의 카드뮴이 낙동강으로 유출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대기, 수질, 토양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상북도는 2020년 12월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영풍석포제련소에 조업정지 60일을 내렸다. 

앞선 조사 자료들을 토대로 2021년 4월 대구지방환경청은 낙동강 하천수 수질 조사를 진행해 카드뮴이 하천수질기준을 초과하고 있다며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현재 영풍석포제련소는 경상북도의 ‘조업정지 60일’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제련소 측은 환경부의 특별점검 결과에 대해 “22kg은 추정치일 뿐,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제련소 측에서도 정확한 산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안동댐에 영풍이 뱉어낸 카드뮴 퇴적물 모인다

환경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안동댐 상류 수질·퇴적물 조사연구 결과. 퇴적물 내 카드뮴 측정결과(위)와 수질 내 카드뮴 측정결과(아래). /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안동댐 상류 수질·퇴적물 조사연구 결과. 퇴적물 내 카드뮴 측정결과(위)와 수질 내 카드뮴 측정결과(아래). / 환경부 제공

다만 올해 5월 환경부가 석포제련소 부근의 하천과 토양에서 카드뮴 오염사실을 확인한 결과 카드뮴 수질 농도는 기준 이내로 나타났다. 하지만 퇴적물 내 카드뮴 농도는 전반적으로 ‘나쁨’에서 ‘매우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카드뮴 농도는 제련소 영향 구간인 봉화에서 크게 증가한 후 하류에서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상류의 퇴적물이 모이는 안동댐 지점 3곳에서 높게 나타났다. 환경부는 안동댐 상류 오염에 미치는 제련소의 기여도가 77%~95.2%로 추정했다. 안동댐이 영풍석포제련소가 뱉어낸 카드뮴의 집결지인 셈이다. 

제련소 관계자는 “지난 9월 지하수차집시설을 완공하는 등 지하수오염방지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토양정화명령도 착실히 이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제련소의 1, 2공장은 이미 오염의 한계치를 훨씬 넘어선 만큼 ‘무방류시스템’이나 ‘오염 지하수 유출방지 공사’, ‘자하수차집시설’ 등으로는 주변 환경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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