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예외' 허용에 평가 엇갈려...해외 재보험사들 탈석탄 정책 채택
탈석탄 선언 전문 /코리안리
탈석탄 선언 전문 /코리안리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재보험(대표이사 사장 원종규)이 지난 11월 말 탈석탄 금융을 선언,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선언문에 '예외를 제한적으로 운영한다'고 명기해 이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리안리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중심으로 탈석탄 정책수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 지난 11월 28일 이사회에서 탈석탄 금융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에 코리안리는 당장 내년 1월부터 국내외 석탄 채굴 및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투자와 임의재보험 인수를 중단할 예정이다. 또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도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선언문에 "다만, 국가 에너지 정책, 사회적 약자 및 저개발국가 지원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예외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며, 이는 중후장대의 전통산업 중심으로 발전한 한국과 같은 국가가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존의 시기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고 명기함에 따라 이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매년 세계 보험사의 기후 대응 정책을 평가하는 단체인 인슈어 아워 퓨쳐의 피터 보사드 코디네이터는 "외국 재보험사들과 비교해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미약하다"며 "석탄 운영보험에 대한 정책이 빠진 데다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허용한 것이 한계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다른 화석연료인 가스와 석유에 대한 제한 정책이 빠진 것 역시 한계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도 "스위스리 등 해외 재보험사들은 일찍이 탈석탄 정책을 채택해 시행 중이며, 현재는 가스와 석유를 포함한 탈화석연료 정책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 1위, 3위 재보험사인 독일의 뮤닉리나 하노버리 등 선도적인 재보험사들 역시 오일샌드, 신규 석유 및 가스에 대한 보험 인수 제한 정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환경단체인 리클레임 파이낸스의 재보험 및 보험정책 분석가인 애리얼 르 보도넥도 같은 한계를 지적하며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규모 예외를 허용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물론 코리안리의 탈석탄 금융 선언 그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리안리가 탈석탄 금융 선언을 통해, 신규 석탄에 대한 임의재보험 중단 정책을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현실을 고려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이다"며 "앞으로 한 발 더 나가 석탄 관련 특약재보험 중단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재보험이란 보험사를 위한 보험을 가리키는데, 통상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들고 있다. 임의재보험이란 이 같은 개별 위험에 대해 드는 재보험이다. 이 연구위원이 언급한 특약재보험은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계약의 범위나 책임한도액 등 약정을 맺고 체결하는 재보험 계약 방법을 가리키는데, 의무재보험이나 자동재보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임의재보험에 비해 보다 포괄적인 계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리안리의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131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26.3% 역성장했다. 업계에선 올해 실적은 약 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리안리는 해외 수재 실적 부진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서도 태풍 힌남노와 침수 등의 재해는 물론, 기후변화로 인해 프랑스의 우박, 유럽 겨울폭풍, 남아공 홍수 등의 재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발생률이 높아진다면 앞으로 수재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의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해 수익성을 파악할 수 있는 합산비율은 올 상반기 해외 수재 부문에서 107.4%였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으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는 코리안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재보험사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리스크며, 앞서 언급처럼 유수의 재보험사들이 기후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