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과도한 외래진료 이용자 본인부담률 높이는 방안도 추진
비급여 관리도 강화…중점관리 10대 비급여 선정 예정
응급진료 175%·분만 수가 최대 300% ‘인상’
필수의료 대폭 지원…심뇌혈관질환 등 고난도·고위험 수술 보상 확대
복지부,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발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선임기자] 정부가 ‘근골격계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급여화를 필수항목에 대해 제한적으로 추진한다. 또한 이미 급여화 된 뇌‧뇌혈관 MRI 등을 남용 의심 항목으로 규정하고 향후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한다.

9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료 현장에서 과잉 의료이용, 즉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MRI, 초음파 검사 등이 시행되고 있다고 보고 남용이 의심되는 항목의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초음파·MRI 급여화를 제한하는 등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일부 되돌리는 게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기조가 이번 정부 들어서는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둔 지출 조이기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제공=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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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급여화할 예정이던 근골격계 초음파·MRI에 대해서는 ‘필수 항목 중심으로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지원 규모 축소를 예고했다.

조만간 의사단체, 관련 의학회 등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할 예정인데, 급여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건정심)의 심의·의결을 거치게 된다.

복지부는 “그간의 일률적인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의료 남용 등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건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와 국민 부담이 큰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의 핵심은 △의료적 필요도 기반 급여기준‧항목 재점검 △공정한 자격‧부과제도 운영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 △불법행위 엄단 및 비급여 관리 혁신 등이다.

복지부는 일률적인 급여화로 뇌‧뇌혈관 MRI 등 일부 항목을 중심으로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 검사가 시행되는 등 과잉 의료이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용이 의심되는 항목은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하며 당초 급여화 예정이던 근골격계 초음파·MRI는 의료적 필요도와 이용량 등을 분석해 필수항목을 중심으로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한다.

이 외 △약제 재평가와 다양한 유형의 위험분담제를 적용한 고가약 관리 강화 △치료재료 실거래가에 대한 조사방식 개선 △요양병원 기능 재정립과 성과-보상 연계 강화도 추진한다.

아울러 복지부는 지출 절감을 위해 ‘위험분담제’(일정기간 투약 후 효과가 없을 경우 업체가 약가 일부 환급)를 통해 고가약 관리를 강화하고, 요양병원에 대해 가상수가를 지급할 때 성과에 대한 연동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또 외국인의 피부양자나 장기 해외 체류 중인 국외 영주권자가 고액 진료를 받는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이들이 입국 6개월 후부터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외래 진료 시 자격 도용 사례에 대해 현재는 적발되면 환수액이 부정수급액의 ‘1배’인데, 이를 5배로 증액한다.

과다 의료이용자 관리 강화 방안도 나왔다. 복지부는 과다 외래의료 이용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중증질환 등 불가피한 예외 사례에 대한 논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산정특례 대상 질환과 관련성이 낮은 경증질환 등은 특례가 적용되는 합병증 범주에서 제외되도록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

제공=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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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득 상위계층의 경우 소득수준에 비해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받는 기준 금액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때문에 종합병원의 경증질환 진료비까지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해 왔다. 앞으로는 소득상위 30%에 해당하는 5~7구간의 상한액이 상향 조정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로 진료 받는 경증질환 105개는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질환에서 제외한다.

아울러 복지부는 건보 재정 지킴이 신고센터를 통한 신고 활성화를 위한 포상금도 지급한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의 연계와 풍선효과를 유발하는 급여-비급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급여 관련 소비자의 알 권리가 확대될 전망이다.

도덕적 해이와 의료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중점 관리 비급여를 대상으로 질과 안전성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금융당국과 불법·부당 사례에 대한 합동 점검·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백내장 수술용 다초점 렌즈 △도수치료 △하이푸시술 등 규모, 가격편차, 증가율이 높은 중점관리 10대 비급여를 선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건보 재정 부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뒤 나온 것이지만, 급여 기준을 엄격히 하는 것이 보장성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장성을 합리화하겠다는 것으로 국민 혜택을 줄이는 취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증·응급·분만·소아 등 필수분야 의료진 보상 강화…공공정책수가 도입 통한 적정 보상

제공=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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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재정 효율화로 아낀 재원을 필수의료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같은 병원에 의사가 없어 제대로 처치받지 못하고 숨진 사건을 계기로, 중증·응급 의료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야간·휴일 당직 등의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또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최종 수술·치료까지 가능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개편 △병원간 순환교대 당직체계 운영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뇌동맥류, 중증외상의 야간·휴일 응급수술 시술에 대한 수가 가산율을 1.5~2배 높이고, 응급실 내원 중증 환자의 후속 진료 연계를 위해 ‘응급전용입원실 관리료’를 신설하는 식으로 응급진료에 대한 보상도 크게 확대한다.

필수의료 분야 수술, 입원에 대해서는 저평가된 경우 가산을 확대하고, 심뇌혈관질환 분야 등 고위험, 고난도 수술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보상을 한다.

분만 진료와 관련해서는 광역시를 제외한 시군구의 분만에 대해 취약지역수가 100%를 지급한다. 여기에 인적·안전 정책수가 100%, 감염병 정책수가 100%도 추가로 보상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전국 40곳)를 수술, 시술 등 최종치료 역량을 갖추도록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해 지정 기준을 응급실 진료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 등 최종치료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중증질환 치료에 대한 수가도 대폭 개선한다. 현재 상대가치개편에서 저평가된 수술, 입원 등 항목에 대한 종별가산을 확대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의 환산지수 조정을 통해 수술, 처치 등의 수가인상을 추진한다.

심뇌혈관질환 등 고난도, 고위험 수술의 추가보상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어 의료기관이 중환자 진료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중환자실 자원 확충 보상을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복지부는 필수의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지방간 인력 격차를 완화하고자 지방병원과 필수과목에 전공의 배치를 확대했다. 의대생-전공의-전문의 양성 과정에 필수의료 교육·수련을 강화하고 간호인력을 확충한다.

이어 전공의 연속근무, 의사 당직, 근무시가 재도 개선을 추진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헌신한 의료인에 대한 ‘(가칭) 한국의 의사상’ 도입을 추진한다.

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신·증설로 지방 의료수요 및 인력 쏠림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앙병상관리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신·증설을 관리할 예정이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우선 순위가 높은 중증‧응급, 분만, 소아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골든타임 내 24시간‧365일 상시 필수의료를 제공받도록 지원하는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구축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지원이 필요한 필수의료 분야를 지속 발굴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중장기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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