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AP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AP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큰 산을 넘었지만 또 다른 큰 산이 나타났다. 또다시 냉혹한 생존 경쟁에 내몰렸지만,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언론은 8일(한국 시각) “샌디에이고가 유격수 잰더 보가츠(30)와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천700억 원)의 조건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보가츠는 올해까지 보스턴에서만 126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2, 출루율 0.356, 장타율 0.458, 156홈런, 683타점을 올린 공수겸장 유격수다. 포지션별 최고 공격력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실버슬러거를 5차례 수상했고, 올스타에도 4번이나 뽑혔다.

사실 보가츠 영입은 김하성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샌디에이고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보가츠를 유격수로 기용할 전망이다. 올해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를 꿰찬 김하성은 포지션을 바꿔야 할 위기에 처했다. 현지 매체들은 김하성이 다음 시즌 2루수를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의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 참석한 김하성은 "우리 팀은 우승을 노리기에 선수를 영입할 거 같다는 생각은 했다. 그게 유격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영입했으니 제가 준비를 더 잘해서 부딪쳐야 할 것 같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2022시즌 전까지만 해도 김하성의 위치는 백업이었다. 하지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부상과 금지약물 복용 적발로 인한 징계 때문에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면서 김하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말끔히 지웠다. 올해 150경기에 출전해 58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12도루 58득점에 출루율 0.325, 장타율 0.383을 기록했다. 타격에서 발전을 이뤘고, 건실한 수비를 선보여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22시즌은 운이 좋았다. (주전 다툼을) 이겨냈다. 내년에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잘 준비하고 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 시즌에 경쟁력을 더 갖출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하성. /연합뉴스
김하성. /연합뉴스

포지션 변경도 김하성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 3루수로 24경기에 출전했고, 지난 시즌엔 2루수로 21경기, 3루수로 23경기에 출전했다. 내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김하성의 강점이다. 그는 “우리 팀 자체가 한 선수를 한 포지션에만 쓰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느 포지션에 가든 제가 해야 할 것만 하면 된다”며 “올 한 해 엄청난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내년부터 또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만큼 어느 포지션이든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준비를 잘해서 부딪히겠다"고 힘줬다.

보완점은 역시 타격이다.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타격 능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타격에서 더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한 김하성은 "올해 타격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가을야구까지 거의 170경기에 나갔는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얻은 것이 많다. 그 경험을 살리면 내년 시즌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일궜다. 김하성은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대표팀이 좋은 기운을 이어받길 바랐다. "저도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야구대표팀도 WBC 출전을 앞뒀는데, 많은 팬들의 기대에 맞게 잘 준비하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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