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중해 푸른 바다, 로마 유적도 볼거리
시디부사이드에서 바라본 지중해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시디부사이드에서 바라본 지중해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튀니지=한스경제 이수현 기자] 아프리카 최북단 튀니지의 자연은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답다. 북부는 지중해의 영향으로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고 사하라 사막이 펼쳐지는 남부에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하늘이 내린 선물인 듯 축복받은 자연은 왜 튀니지가 유럽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중 한 곳인지 깨닫게 한다.

11월 튀니지 북부는 우기가 이어진다.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지중해 바람을 타고 비구름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10월 우기가 시작되면 어느 순간에는 태풍이 찾아온 듯 비바람이 몰아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높고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이러한 튀니지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지중해가 튀니지에 주는 선물이다. 해마다 일정 수준 비가 내리니 농작물이 자라기 쉽고 포도와 밀 등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남쪽에 사하라 사막으로 대표되는 척박한 북아프리카에서 튀니지는 하나의 오아시스처럼 보인다.

축복받은 자연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역사 속 주요 무대로 등장했다.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카르타고는 로마에 멸망했고 로마는 이슬람을 내세운 아랍인에게 튀니지를 내줬다. 이후 오스만 제국과 이탈리아,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나서야 튀니지는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튀니지의 문화는 다채롭기 그지없다.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지폐 속 그림만 보더라도 베르베르 유적부터 로마와 카르타고까지 다양하다. 정복의 역사는 현대에 이르러서 튀니지를 찬란한 유적을 가진 관광 대국으로 만들었다.

튀니지 카르타고 유적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튀니지 카르타고 유적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 아프리카에 남은 로마의 흔적 '카르타고 유적지'

각 유적은 국가의 보호를 받아 지금도 그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그중 카르타고 유적지는 튀니지인이 가장 사랑하는 관광지이자 1979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튀니지의 대표 관광지다.

지금의 레바논에서 도망쳐 튀니지로 왔다는 디도 여왕은 소 한 마리의 가죽이 덮일 정도 땅만 주겠다는 토착 세력의 제안에 소가죽을 얇게 잘라 카르타고를 세웠다. 그리고 카르타고는 세 차례 전쟁 끝에 로마에 패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이름만이 현대에 전해지고 있다.

튀니지 카르타고 유적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튀니지 카르타고 유적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카르타고를 불태운 후 로마는 튀니지만의 넓은 평야와 무역의 중심지로 활약했던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다. 이에 카르타고 유적은 고대 카르타고를 비롯해 로마와 고대 기독교, 향후 튀니지를 정복하는 이슬람 문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튀니지 대통령마저 유적지 옆에 대통령궁을 세웠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은 말로만 표현하기 아쉬울 정도다.

튀니지 국기가 펄럭이는 입구를 지나면 마치 로마 어딘가로 온 듯한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진다. 곳곳에는 야자수가 세워져 있고 어디로 눈길을 돌려도 크고 작은 로마 유적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를 따라 걷다 보면 카르타고 항구와 로마 극장, 로마인 주거 지역 등 여러 시설에 닿을 수 있다. 그중 안토니우스 욕장은 유적지 내 가장 큰 시설이자 튀니지 로마 유적의 진수다. 145~162년 사이 세워진 이 건물들은 카라칼라와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이자 아프리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안토니우스 욕장 대리석 조각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안토니우스 욕장 대리석 조각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이후 반달족의 침입을 받아 1층을 제외한 많은 부분이 파괴됐지만, 욕장은 여전히 웅장한 자태는 남아 있다. 욕장은 일반 시민들까지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규모를 키워야 했고 열을 끌어올리던 일종의 보일러실 등 운영을 위한 여러 부대시설이 있어야 했다. 그 모든 시설이 카르타고 유적에 설치됐고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튀니지 당국은 안토니우스 욕장 사이를 그대로 걸어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에 대리석 조각 사이를 걸으며 그 시절 로마의 흔적을 생생하게 맛볼 수 있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로마 문명의 위대함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대리석에 적혀 있는 로마문자는 당시 로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앞 펼쳐진 드넓은 지중해는 멋을 한층 더 높인다.

◆세상이 사랑한 휴양지 '시디부사이드'

시디부사이드 거리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시디부사이드 거리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카르타고 유적을 따라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이전과 다른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온 세상이 하얀색과 푸른색으로 가득한 '시디부사이드(Sidi Bou Said)'는 튀니지가 자랑하는 관광 도시이자 유럽이 사랑하는 휴양도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앙드레 지드도 이곳에서 거주하며 영감을 얻었고 많은 예술가들이 시디부사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도시의 역사는 이슬람 학자 아부 사이드 이븐 칼레프에서 시작된다. 12~13세기 수도 튀니스의 알 자이투나 모스크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그는 지금의 시디부사이드를 자주 찾아 마음의 평온을 얻었고 명상과 기도를 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시디부사이드 내 건물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시디부사이드 내 건물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아부 사이드 사후 성인을 뜻하는 '시디'가 그의 이름과 결합하면서 시디부사이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도시는 지역을 점령한 오스만 제국 총독들과 튀니지 부자들의 주택이 세워졌고 19세기에는 도시 전체를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칠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산 전체가 하나의 도시인 만큼 산을 오르면서 도시 관광이 진행된다. 도시의 시작을 알리는 광장을 지나 만나는 길가는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과 여행객,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시장처럼 번잡하다.

시디부사이드 전경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시디부사이드 전경 / 튀니지=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구석구석 명당에 자리 잡은 카페서는 향긋한 커피향을 뿜고 튀니지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인 고양이들이 길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부자들이 많이 거주했던 휴양지답게 각 건물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어찌 보면 도시의 모습은 그리스 산토리니와 비슷하다. 건물은 하얀색 대리석 건물은 곳곳에 푸른색으로 칠해져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고 지중해와 조화를 이룬다. 이어 산 정상에 오르면 요트로 가득한 항구와 지중해 바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잠시 시간을 내 카페에 앉아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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