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대전시에서 쏘아 올린 실내 마스크 해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의료계와 일반 국민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번 기회에 실내 마스크 착용 여부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내에서 계속 써야할지 아니면 벗어야할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당수 시민들은 의무 착용에 대해 회의적이다. 세계적인 추이를 감안하더라도 그렇고 또 실효성을 따져도 계속해서 써야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자율 의지를 가로막는 강제 착용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OECD 주요 국가 가운데 실내 마스크를 착용하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 정도다. 미국과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튀르키예(터키), 헝가리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아예 없다. 나머지 독일과 호주, 이탈리아 등도 의료시설이나 대중교통, 사회복지시설에서만 마스크를 쓸 뿐 실내에선 마스크 없이 생활한다. 심지어 ‘마스크 나라’로 불리는 일본조차 2m 이상 떨어져 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최근 다녀온 카자흐스탄 역시 실내 마스크를 벗어 던진 지 오래다. 카자흐스탄 에어아스타나 항공기 기내는 물론이고 체류 기간 동안 한 곳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강요받지 않았다. 대부분 나라는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간 반면 우리만 유독 실내 마스크를 고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들이라고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서일까. 미국을 비롯한 유럽은 우리보다 보건위생 수준에서 앞선다. 그럼에도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한 건 현실성과 전문가 의견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단계를 지나 엔데믹(Endemic), 즉 세계적 전염병에서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는 획일적 방역보다 개인적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월 중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겠다”고 했다. 전문가 의견과 실효성을 근거로 한다. 이 시장은 “식당·카페에 들어갈 때만 쓰고, 먹고 마시는 내내 마스크를 벗는다. 앞뒤가 맞지 않다”며 형식적인 정책을 꼬집었다.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실내 마스크 때문에 곳곳에서 업주와 손님 간에 실랑이를 벌이는 현실이다. 대전시는 정부가 15일까지 풀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발동해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가 강행할 경우 다른 지자체로 확산은 불가피하다. 이미 충남도가 호응하고 나섰다. 정부는 15일과 26일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달 중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뒤늦은 정부 대응은 앞서가는 시민의식과 달리 관성에 얽매인 경직된 행정을 보여준다.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 방역정책이 얼마나 현장과 괴리돼 있는지 반증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55%가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동의했다. 또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75%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해도 자율 착용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실내 마스크 자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관건은 60세 이상 고위험 군을 집중 관리하고, 백신 추가 접종, 위험‧중증 환자에 대한 조속한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데 있다.

오랜 마스크 착용이 영유아 언어와 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해제 이유로 제시된다. 한양대학교병원 소아과 문진화 교수는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영유아 언어 지체 현상은 우려할만하다”고 했다. 뒷받침하는 설문조사도 있다. 지난해 서울‧경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709명에게 물었는데 응답자 75%는 마스크 착용으로 언어 노출과 발달 기회가 크게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서울시와 대한소아청소년의학회 조사 결과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0~5세 어린이 4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언어발달(35%)과 인지발달(25%)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마스크 착용은 자율과 선택 문제로 귀결된다. 착용 강제는 전체주의 발상이나 다름없다. 방역 정치가 기승을 부린 나라 대부분은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하다. 중국이 대표적인데 중국은 지난 3년 동안 강제 봉쇄로 일관했다. 최근 백지시위를 계기로 분출된 저항 앞에 중국 공산당은 완화 조치를 내놓으며 한걸음 물러섰다. 이란 ‘히잡 시위’도 마찬가지다. 히잡을 쓰든 벗든 이슬람 여성이 판단할 사안이다. 법으로 착용을 강제하거나 금지하는 건 비민주적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9월 26일 실외 마스크 착용을 해제했다. 아직도 상당수 시민들은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마스크 착용이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내 마스크 역시 의무 착용을 해제하되 시민들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대전에서 촉발된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이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로 떠올랐다.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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