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충분한 재임기간
확고한 축구 철학
뚜렷한 선수 선발 원칙
파울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KFA 제공
파울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몇몇 거물급 축구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대한축구협회(KFA)는 곧바로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관련 회의는 아직 열리지조차 않았다. 후보군이 추려지지 않은 상태라 국내파가 될지, 해외파가 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대표팀 감독 선발에 확고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차기 대표팀 감독이 갖춰야 할 덕목은 벤투 감독의 성공 요인에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벤투호가 한국 축구의 사상 2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데는 크게 3가지 원동력이 존재한다.

우선 충분한 재임 기간이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월드컵 경기가 마무리된 이달까지 4년 4개월을 한국 축구와 동행했다. 월드컵을 위해 온전히 4년을 뛴 감독은 한국 축구 사상 벤투가 처음이다. 벤투 감독은 충분한 재임 기간 덕분에 선수들의 체력부터 개인 기술, 팀워크 등 훈련 프로그램들을 구상하고 적용하는 데 장단기 플랜을 적용할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축구 철학 또한 확고했다. ‘빌드업 축구’를 추구했다. 그라운드 위 11명이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높은 점유율을 추구하는 축구를 실행했다. 한국 축구의 색깔을 빌드업 축구로 정하고 4년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다듬어왔다. 그 결과 벤투호는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0-0 무), 포르투갈(2-1 승) 등 강팀을 상대로 일정한 주도권을 가져가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선수를 선발할 때 뚜렷한 원칙이 있었던 것도 벤투호의 성공 비결이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선수를 선발할 때 여론이나 미디어, 인맥 등에 휘둘리지 않고 뚝심을 발휘했다. 그는 소속팀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활약한 선수, 기존 팀원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수를 주로 선발했다.

단순히 소속팀에서 반짝 활약을 했다고 해서 다음 대표팀 소집 때 바로 호출하지 않았다. 검증 과정이 비교적 까다로웠던 탓에 손흥민(30), 황희찬(26), 김민재(26) 등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곤 ‘붙박이 선수’가 많지 않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크게 활약한 조규성(24), 이강인(21) 등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을 인내해야 했다.

확고한 축구 철학과 선수 선발 원칙이 있는 지도자를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축구협회는 차기 감독이 월드컵을 온전히 계획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4년에 가까운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가 함께 모여 찍은 사진.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가 함께 모여 찍은 사진.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축구협회는 2023년 3월 평가전 전까지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물론 그 전에 시원하게 해결하고 갈 과제가 하나 있다. 최근 불거진 트레이너 관련 논란이다. 카타르 월드컵 기간 개인 자격으로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회복에 기여한 안덕수 트레이너는 7일 축구협회와 대표팀 의무팀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려 파장이 커졌다. 대표팀 선수들이 대회 기간 축구협회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다.

한국 축구 선수단은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후 대표팀을 둘러싸곤 좋지 못한 소문들이 오가고 있다.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축구협회는 새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을 내놨던 것처럼 트레이너의 발언도 상세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제대로 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판도라 상자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만 갈 게 불 보듯 뻔하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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