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손태승 회장, DLF 중징계 관련 대법원 선고 판결 따라 연임 여부 결정
금융당국 압박 이후 조용병 용퇴·농협금융 친 정권 인사 낙점해
금융권 "관치금융 현실화, 앞으로 가 더욱더 문제"
금융당국의 압박과 함께 금융지주사의 CEO(최고경영자)가 대폭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손태승 회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금융당국의 압박과 함께 금융지주사의 CEO(최고경영자)가 대폭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손태승 회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대폭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손태승 회장의 거취 문제로 우리금융지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회장 자리에 앉아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우리금융 민영화에도 앞장서는 등, 그룹 내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다만 향후 거취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DLF 중징계 관련 대법원의 선고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중징계에 대해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CEO 선임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신한금융은 법적 리스크를 해소한 조용병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으며 NH농협금융지주는 관료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이 같은 행보가 손 회장의 연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의 대법원 판단 선고기일(15일)을 앞두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3월, DLF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문책경고를 받은 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한 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확정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 회장이 DLF 사태와 관련해 무죄를 확정받게 된다면 라임펀드 중징계에 대해서도 법적 판단을 기대할 수 있다. 손 회장은 지난달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문책경고를 받아 향후 3년간 금융사 취업을 할 수 없다. 우리금융이 라임사태 중징계에 대한 가처분 신청·행정소송 등,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면 손 회장은 연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법적 리스크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금융당국의 직·간접 압박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이 다시 당국의 손 안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손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업계는 현 정권의 외풍에서 우리금융이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업계 안팎에선 '관치금융'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이다”면서도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원장은 손 회장의 중징계와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히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의 징계 무효 소송 등은 물론, 손 회장의 연임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을 선언함에 따라 금융지주사 회장 인사 역시 예상 밖으로 흘러가고 있다. 3연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용퇴를 결정했으며 NH농협금융지주는 2년간의 실적은 물론, 디지털과 ESG 부문을 통해 빼어난 경영 능력을 입증한 손병환 회장을 대신해 친정권 인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낙점했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내정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이야기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정권 교체와 함께 관치금융이 극에 달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면의 내용은 100% 알지 못하지만, 조용병 회장의 용퇴 결정 역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CEO 선임과 관련해 '현명한 판단' 등을 언급하는가 하면, 실제로 업계에서 관치금융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면 무서울 정도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손 회장이 DLF 판결에 따라 연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나, 최근 신한금융, 농협금융 등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고민이 많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DLF 중징계 관련 대법원 판단에 따라 라임사태 중징계와 손 회장의 연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DLF 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아 조심스러운 상황이며 현재로서는 내부적으로는 라임 중징계에 대한 법적 준비는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관치금융은 정부가 재량적 정치 운용을 통해서 민간 금융기관에 참여해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 배분에 직·간접 개입하는 금융 형태를 말한다. 법(法)제도나 시장 원리에 의해 투명하게 금융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시장의 자율 경쟁을 저해하기도 한다. 

은행권은 엄연히 사기업으로 인사권 등 결정에 있어 정부의 압력을 받다 보면 경영의 연속성·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며 이는 곧 주가와 연결될 수 있다.

이에 우리금융 노조는 금융권에 불고 있는 관치금융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예금·대출 금리에 대한 개입은 예삿일이고, 최근에는 민간 금융회사 CEO 자리에 막무가내로 친정권 인사를 낙하산 투하할 태세다"며 "최근 금융당국의 최고 수장은 “현명한 판단", "공정, 투명한 CEO선임" 등을 운운하며, 우리금융 CEO 선임에 직접 개입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여왔다"고 밝혔다. 

이어서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은 시장 자유주의 경제 원칙에 부합하는 과점주주 체제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제1대 주주는 대다수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이다"며 "이러한 우리금융의 CEO 선임에 관치가 작용한다면,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운 국정의 대원칙인 '법치'나 '시장자유주의 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 결국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금융 차기 회장 하마평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명박 정부 때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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