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가장 오른쪽)·이강인 선수에게서 축구공과 유니폼 선물받은 윤 대통령 부부 / 연합뉴스
손흥민(가장 오른쪽)·이강인 선수에게서 축구공과 유니폼 선물받은 윤 대통령 부부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자 마자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레이너의 폭로부터 감독 선임 문제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 포상금 문제까지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축구협회 행정력이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62)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83)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67)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69)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64)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앞에서 “축구협회에는 광고협찬금과 같은 적립금이 많은데,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포상이 너무 적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선수들의 포상금과 관련해 “고생은 선수들이 했는데 왜 축구협회가 배당금을 더 많이 가져가느냐”라고 지적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서 FIFA로부터 1300만 달러(약 170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앞서 협회는 본선 엔트리에 진출한 선수에게 2000만 원, 본선 경기 승리 시 3000만 원, 무승부 시 1000만 원의 포상금을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16강에 오르면 1억 원을 더 주기로 했다. 16강에 진출한 선수들 26명은 인당 1억6000만 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기여도에 따른 포상금을 더하면 인당 2억1000만 원~2억7000만 원을 수령한다.

축구협회는 배당금 170억 원 가운데 70억 여원을 선수단 포상금으로 쓰고, 나머지 100억 여원은 협회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월드컵 아시아예선(46억 원)과 본선(33억 원) 때 운영 비용이 총 79억 원 집행됐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원된 FIFA의 차입금 상환에 16억 원,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에 따른 포상금으로 33억 원 등 합계 128억 원 지출돼 이미 170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재계 관계자들과 참모들에게 공유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날 만찬자리에 축구협회장이 초청받지 못한 이유도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포상금에 관해 지적한 날 정몽규(60) 축구협회 회장은 20억 원의 사재를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선수 26명 1인당 약 7692만 원을 균등 분배키로 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선수 개인이 받는 포상금은 최소 2억8000만 원에서 최대 3억4000만 원으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한국 축구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유니폼 판매 수익, 경기장 배너 광고 등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호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선 선수들의 땀과 노력으로 얻은 배당금의 절반까지 축구협회가 운영비로 써야 할 정도인지에 대한 의문이 붙는다.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의 16강이자 원정 사상 2번째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53) 감독은 대회 직후 "한국은 오로지 돈, 스폰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대표팀 의견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한국은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만 그만큼 올바른 방식으로 도울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축구협회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선수들에게 정확히 얼마의 포상금이 지급되고 운영비는 어떻게 쓰이는 지 등을 확인하겠다”라며 “자료를 받아본 뒤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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