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탄소국경조정제도 내년 10월부터 준비기간…국내 수출기업,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간접배출도 포함
중소기업 5개 품목 대(對)EU 수출총액 14억 달러 육…탄소중립 준비는 3.2% 불과
유럽연합(EU)이 13일(현지시각)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13일(현지시각)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탄소 배출을 줄인 대기업과 달리 탄소중립을 준비한 중소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 EU “화석연료 더 많이 사용한 제품 관세 더 내라”

EU는 13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한 후 배출량이 기준을 초과하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EU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든 제품을 수출할 경우, 그 차이만큼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 정한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이번 잠정 합의에서 도출한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대상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당초 EU 집행위원회는 수소를 제외한 5개 품목만 포함하도록 했지만, 이번 잠정 합의에서 수소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 밖에도 스크류와 볼트, 일부 원료제품이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탄소 배출량 보고 범위도 당초보다 확대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 배출량 보고를 직접배출로 한정했지만, 특정 요건에서는 그 범위를 간접배출까지 늘렸다.

특히 간접배출까지 보고 범위를 늘린 것은 국내 수출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간접배출은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의미하는데, 국내 산업의 경우 선진국보다 전력 소비가 높을 뿐 아니라 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력 1kWh 생산당 탄소배출량은 472.4g으로 EU(215.7g), 캐나다(123.5g) 등 선진국 대비 2~4배가량 많은 상황이다.

◇ 국내 중소기업 탄소중립 관련 준비 3.2% 불과

문제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경영 패러다임을 ESG 경영으로 전환하며,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과 인력 문제로 관련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대상인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를 EU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5개 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對)EU 수출 규모는 6억1000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간접수출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간접수출이란 국내 수출업체가 수출하는 제품의 원자재나 중간재를 공급함으로써 수출이 간접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5개 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수출 규모는 7억6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즉, 5개 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EU 수출 규모만 13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소기업의 간접수출 비중이 크다는 것은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영향이 국내 중소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고 영향범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중소기업 중 탄소중립을 준비한 곳은 3%대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기술보증기금(KIBO)으로부터 받은 ‘2021년 중소기업 저탄소·친환경 경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 대응 준비와 관련해 준비되어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3.2%에 불과했다.

실제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업체는 24.4%였고, 전혀 준비가 없는 업체도 28.3%에 달했다. 특히 이들 기업 상당수가 탄소중립 및 탄소중립 및 저탄소·친환경 경영을 위한 정부 지원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선호 정책은 저탄소·친환경 제조 전환을 위한 자금 지원(58.8%)을 꼽았다.

구자근 의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ESG 경영을 필두로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한 대기업과 달리 자금력과 인력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한 만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의원은 “보고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저탄소·친환경 제조 전환을 위한 자금 지원을 필요로 한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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