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잉여금 68조원 중 축적된 순세계잉여금은 31조 “내수경제 악영향”
“연내 집행 불가능한 사업, 1차 추경 시 과감하게 감액해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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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지방정부에서 부가가치를 내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돈만 총 68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30조5000억원 재정수지 적자를 감내하면서 총지출을 43조원 늘리고 120조원의 채무를 증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지방정부의 곳간에서 쌓여 있는 잉여금만 68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잉여금 68조원 중 용처가 정해진 이월금과 보조 잔액을 제외하고 지방정부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순세계잉여금은 31조 4000억원으로 드러나면서 지방정부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지자체 ‘잉여금’ 내수경제 악화

2019~2021년 전국 지방정부 일반화계 잉여금과 순세계잉여금, 재정안정화기금. / 나라살림연구소
2019~2021년 전국 지방정부 일반화계 잉여금과 순세계잉여금, 재정안정화기금. / 나라살림연구소

순세계잉여금은 정부가 1년동안 거둬들여 쓰고 남은 돈으로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내수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방정부가 걷어 들이는 세수입만큼 민간자본은 위축된다고 설명한다.

지방정부에 쌓여있는 잉여금 68조5000억원은 사실상 현금성 자산인 만큼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지방정부에 감겨있는 돈은 잉여금에 재정안정화기금 9조7000억원까지 합쳐 총 78조원에 달한다”며 “이들 모두 현금성자산 형태로 부가가치 증진에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돈맥경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30조5000억원의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국가부채를 증가시킨 이유도 경기부양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모은 순세계잉여금은 31조4000억원으로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보다 크다.

지방정부는 순세계잉여금을 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한다. 재정안정화기금은 재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세입의 일부를 적립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기금으로 순세계잉여금의 ‘저금통’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남는 여유재원을 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순세계잉여금액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활용된다면 문제가 생긴다.

일반회계에서 순세계잉여금이 남았다는 것 자체가 행정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므로 행정의 비효율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유재원 규모(순세계잉여금+재정안정화기금)는 2020년 39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41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여유재원규모가 가장 큰 지자체는 인천 동구(48.5%), 포천시(40.2%), 대구 중구(39.1%), 이천시(33.7%) 순이다.

심지어 재정자립도가 10%도 되지 않는 지자체에서도 여유재원을 과도하게 쌓아놓는 경우가 있다. 경북 청도군과 거창군은 재정자립도가 8.8%, 6.9%에 불과하나 세출대비 여유재원 비율은 32.7%, 36.8%로 집계됐다.

이 연구원은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예산안 편성 시 세입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맞춰 세출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내 집행 가능한 사업인지 충분히 고려해, 불가능한 경우 예산을 편성하지 말아야 한다”며 “추경 시에는 지출하지 못할 사업을 적극 감액 추경해 재원이 감겨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년도 순세계잉여금액은 차년도 본예산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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