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다솔. /KOVO 제공
흥국생명 김다솔. /KOVO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여자배구 흥국생명은 김연경(34)-옐레나 므라제노비치(25·등록명 옐레나)라는 리그 정상급 ‘쌍포’를 보유하고 있다. 김연경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고, V리그 2년 차 옐레나는 14일 오전까지 득점 3위(309), 공격 종합 4위(성공률 43.68%)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쌍포의 화력을 극대화해야 할 세터 포지션에 약점을 안고 있다. 기대주 박혜진(20)이 무릎 수술로 시즌 아웃 돼 김다솔(25)이 사실상 홀로 세터 자리를 책임진다. 

김다솔은 V리그에서 보기 드문 수련 선수 출신 주전 선수다. 그는 2014-2015시즌 수련 선수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다른 수련 선수들처럼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했다. 조송화(29), 이다영(26·현 루마니아 라피드 부쿠레슈티) 등에 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다영이 팀을 떠나면서 주전 세터를 맡게 됐다. 지난 시즌에는 박혜진과 번갈아 출전하며 출전 시간을 양분했다.

김다솔은 올 시즌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14경기 53세트를 뛰며 607개의 세트를 성공해 세트당 평균 세트 11.45개를 기록 중이다. 이 부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흥국생명 김연경(왼쪽)과 김다솔. /KOVO
흥국생명 김연경(왼쪽)과 김다솔. /KOVO

다만 안정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력 문제와 경험 부족으로 기복을 보인다. 양쪽 날개 공격수에게 쏴주는 토스가 흔들릴 때가 잦다. 아직은 공격수들과 호흡이 들쭉날쭉하다. 빠른 토스가 강점으로 꼽히지만,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 김연경에게 속도와 높이 모두 완벽히 맞춰주지는 못한다. 김연경은 "(김)다솔이에게 보통 '높게 줘, 길게 줘' 같이 토스에 대한 구질을 이야기한다. 다솔이는 주로 '네, 네' 하고 대답만 한다"고 웃었다.

김다솔은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세터를 맡았다. 좋은 세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격수와 세터의 호흡도 제대로 맞아떨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흥국생명은 믿음과 인내심을 갖고 김다솔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 권순찬(47) 흥국생명 감독은 “김다솔이 잘 버티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칭찬했다. 김연경은 “(김)다솔이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다솔이와 호흡은 좀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다솔이가 공을 잘 줘도 제가 결정을 못 낼 수도 있는 거고, 다솔이가 잘 안돼도 제가 잘 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김다솔이 중요한 순간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긴장을 많이 하더라.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저와 호흡도 완벽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배구는 팀 스포츠다. 서로 도와가면서 시즌을 잘 치르고 싶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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