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中, WTO 제소에 美, 대중 반도체 제재 日·蘭 동참
칩4 동맹 지지부진…美 장치 업체 동맹 강화 추진
"韓, 이번 수출통제와 연관 없어 동맹 요청 안한 것"
中, 186조 예산 지원…韓에 반도체 투자 확대 유도
"韓 첨단산업 내재화…K-칩스법 등 정부 지원 필수"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중국 반도체산업 봉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중 사이에 껴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의 수출규제에 대응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꺼내들자 미국은 고급 장비 보유국인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 규합에 나서며 제재 수위를 높였다. 이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조치로 풀이되며 중국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자국 내에 칩 공장을 건설하고 연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으로 500억달러를 분배하는 칩스법을 발의하고 한국, 일본, 대만에 칩4 동맹을 제안했다. 그러나 경쟁사로서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있는 만큼 3국 협력은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에 미국은 전략을 바꿔 일본과 대만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접근 방식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상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해 있어 미국이 적극적으로 손을 잡아야 할 국가지만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동참 요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한국이 미국과 반도체 협력 강화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이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닌 만큼 이번에 거론된 수출통제 동맹과는 연관성이 없어 동참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베이시티의 SK실트론 CSS공장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베이시티의 SK실트론 CSS공장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은 장비 규제 외에도 우방국 칩 생산 업체들을 미국 내로 불러들이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미세공정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현지 투자 규모를 400억달러까지 늘린다고 발표했다. 미국과의 반도체 협력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시간주에 위치한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공급망이 될 것"이라며 "더 이상 중국의 인질로 잡혀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한국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며 반도체 투자 확대 등을 유도하는 정책을 꺼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수년간 1430억달러(약 186조원)의 예산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 대부분은 자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는 반도체 제조 공장 등에 지원될 예정이며 해당 장비 구매 회사들은 비용의 20%를 지원받을 수 있다. 

당정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3일 한중 외교장관 화상 회담에서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과 관련해 미국의 행위가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정당한 권익을 현저히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은 중국 반도체 공급망 고립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은 한국보다 더 미국에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 반도체 최대 수출국으로 올해 1∼9월 우리나라의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420억1300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1025억700만달러)의 41.0%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의 40%를 생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와 다롄에서 D램 생산의 50%, 낸드 생산의 30%를 담당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등에게서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첨단산업을 내재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반도체 특별법 등 정부차원의 강력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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