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년 4개월 재임으로 최장수 감독 된 파울루 벤투
수장 교체 없는 긴 준비 기간이 16강 진출 원동력
손흥민(왼쪽)과 파울루 벤투 감독. /KFA 제공
손흥민(왼쪽)과 파울루 벤투 감독.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벤투호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론 4년 4개월간의 긴 준비 기간이 꼽힌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지난 월드컵 이후 다음 월드컵까지 그대로 임기를 이어간 감독은 파울루 벤투(53)가 처음이다.

수장 교체 없이 월드컵을 준비한 건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한국 축구는 일관성과 조직력 측면에서 남부럽지 않았다. 벤투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패스 플레이로 점유율을 높여가며 상대를 옥죄는 빌드업 축구를 4년 넘게 고수해왔다. 당초 강팀을 상대론 통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 편견을 깼다.

축구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H조 조별리그에서 2위(1승 1무 1패·승점 4)를 기록했다. 전력이 비교 우위에 있는 포르투갈(FIFA 랭킹 9위)에 2-1로 승리하고 우루과이(14위)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빌드업 축구를 내세워 강팀들을 고전하게 만들었다. 브라질과 16강전에서 1-4로 패했지만, 선수들은 벤투 감독과 그의 축구에 대해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선수단의 끈끈함도 남달랐다. 신구 세대 선수들은 물론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들이 모두 격의 없이 잘 지냈다. 주장 손흥민(30)이 중심을 잡고 정우영(33), 김승규(32), 김영권(32), 이재성(30) 등 고참들이 조규성(24), 이강인(21) 등 어린 선수들을 도왔다. 김민재(26), 황희찬(26), 황인범(26) 등은 중고참으로서 선후배들의 가교 역할을 해냈다. 한국 축구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1992년생(손흥민·황의조·이재성·손준호·김진수·권경원)과 1996년생(김민재·황희찬·황인범·나상호·조유민)이 하모니를 냈다.

카타르 월드컵에 나섰던 한국 축구 대표팀의 모습. /KFA 제공
카타르 월드컵에 나섰던 한국 축구 대표팀의 모습. /KFA 제공

3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서 포르투갈전에서 득점하며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던 김영권은 “과거엔 허무하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이번엔 상대 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16강에 오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성원해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선수들이 보여준 프로페셔널리즘, 자세와 태도에 특히나 감사드린다. 선수들은 내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경험을 할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어려운 순간에 대처하는 우리 선수들의 능력이었고, 이는 우리를 팀으로써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은 항상 내 삶의 일부일 것이며 우리 선수들은 항상 내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벤투 감독의 재임 기간 그의 입과 귀 역할을 한 통역사 김충환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의미 심장한 글을 올렸다. 김 씨는 벤투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뒤 “믿음과 존중. 4년간 함께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를 설명하는 단어들이다”라며 “라커룸 대화, 팀 미팅 때 가장 많이 말씀하신 단어가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믿음과 존중으로 원팀이 된 한국 축구는 수준급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사상 2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확실한 색깔과 끈끈함을 갖춘 축구가 강하다는 걸 새삼 보여줬다.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최종 결과(16위)는 결국 장기 플랜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023년 2월까지 벤투 감독의 후임 선발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한국 축구에는 또 다른 장기 플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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