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구촌 6대륙 국가가 모두 조별리그 통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 경쟁력 입증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도입... 오심 줄이기 위해 노력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29일간의 여정을 모두 마쳤다. 4년 사이 세계 축구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전체적인 대륙별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29일간의 여정을 모두 마쳤다. 4년 사이 세계 축구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전체적인 대륙별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29일간의 여정을 모두 마쳤다. 4년 사이 세계 축구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전체적인 대륙별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으며 다양한 첨단 과학 기술 도입으로 결정적인 오심과 편파 판정의 시비를 크게 줄였다.

◆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유럽(8개국), 아시아(한국·일본), 오세아니아[호주(대륙 기준)], 북아메리카(미국), 남아메리카(아르헨티나·브라질), 아프리카(세네갈·모로코)까지 지구촌 6대륙 국가가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인 모로코가 4강 진출에 성공하며 20년 만에 월드컵 준결승에 유럽과 남미 이외의 다른 대륙 국가가 포함됐다.

잔니 인판티노(52·스위스) FIFA 회장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이제 월드컵에 더는 강팀도 약팀도 없다. 전체적인 수준이 매우 동등해졌다. 역대 최초로 모든 대륙 국가들이 16강에 올랐다. 이는 축구가 세계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간단히 말해서 역대 최고였다”고 평가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FA 제공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FA 제공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륙은 아시아다. 출전한 6개국 중 3개국[한국·일본·호주(아시아축구연맹 소속)]이 16강 토너먼트에 이름을 올렸다. 조별리그 성적도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3승 2무 7패)을 뛰어넘었다. 7승 1무 10패를 기록했다. 지난 대회 2배 이상의 승수를 쌓았다. 아울러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한 모든 아시아 국가가 각 조에서 1승 이상씩을 챙겼다.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대륙의 경쟁력을 확실히 입증했다.

아프리카의 돌풍도 눈에 띄었다.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5개 국가(세네갈·튀니지·모로코·카메룬·가나) 모두 1승 이상을 기록했다. 조별리그에서 7승 3무 5패를 쌓았다. 그 결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이어 8년 만에 두 개의 국가(세네갈·모로코)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중 모로코는 아프리카 돌풍을 넘어서 태풍으로 커졌다. 아프리카 대륙 국가 중 최초로 4강에 오르며 역대 최고의 이변을 만들어냈다. 아울러 최종 4위로 대회를 마무리 지으며 아프리카 대륙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아프리카 대륙 국가는 이번 대회 전까지 월드컵 최고 성적이 8강 진출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 카메룬,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세네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때 가나가 이뤄낸 성적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다양한 과학 기술들이 도입됐다. /연합뉴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다양한 과학 기술들이 도입됐다. /연합뉴스

◆ 첨단 과학 기술 도입 

축구에서 판정 시비는 매 경기 빠지지 않는 단골 논란거리였다. 심판도 사람인 만큼 모든 판정이 100%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에 힘을 빌린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다양한 과학 기술들이 도입됐다. 특히, 더 공정한 판정을 위해 도입된 판독 기술에 인공지능(AI)이 첨가되며 오심은 줄고 축구 관전의 재미는 배가했다.

FIFA는 월드컵에서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심을 줄이고자 노력해왔다. 지난 2014 브라질 대회에서 ‘골라인 판독 기술(Goal-line Technology·GLT)’을 새로 사용했고, 이후 2018 러시아 대회에서는 ‘비디오 보조 심판(Video Assistant Referees·VAR)’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2022 카타르 대회에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SAOT)’을 도입하며 원활한 경기 운영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이번 월드컵에 처음 등장한 SAOT는 오프사이드 판정에 한해 더 정확히 감지하고 판독하는 신기술이다. VAR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경기장 지붕에 부착한 카메라 12대로 축구공과 각 선수의 움직임을 추격한다. AI를 활용해 선수들의 신체 움직임과 관련된 데이터 포인트를 추적하고 경기장에서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 오프사이드 판정을 돕는다.

카타르 월드컵에 처음 등장한 SAOT는 오프사이드 판정에 한해 더 정확히 감지하고 판독하는 신기술이다. /FIFA 홈페이지
카타르 월드컵에 처음 등장한 SAOT는 오프사이드 판정에 한해 더 정확히 감지하고 판독하는 신기술이다. /FIFA 홈페이지

SAOT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공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공 안에 심어놓은 센서가 공의 물리적 접촉을 고감도로 측정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커넥티드 볼 테크놀로지(Connected Ball Technology)’라는 첨단기술을 이용했다. 구형의 관성측정센서(IMU)가 방사형 서스펜션 장치에 고정돼 공 중심에 떠 있다. 경기 내내 공의 위치 데이터를 초당 500회 빈도로 측정해 비디오 판독실로 전송한다. 또한 여기에 공의 인 앤드 아웃을 1mm 이하까지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호크아이(Hawk-Eye)’ 전자 판독 시스템까지 접목해 판정의 정확성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과학 기술이 승패의 변수로 떠오를 만큼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에서 ‘VAR이 판정을 바꾼 사례’만을 추린 결과 조별리그 48경기에서 24번의 판정 번복이 발생했다. 16강, 8강, 4강 토너먼트에서는 2번의 판정 번복이 나왔다. 일본의 경우 VAR의 도움을 받아 16강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VAR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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