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대응기금 정부 예산안 2조4000억원…올해 대비 7.5% 증가
탄소배출 저감 위한 기금…“에어컨 지원,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기재부, 예산부족하자 복권기금서 910억 전출…‘기금신청서’ 미제출
.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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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수연 기자]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마련된 ‘기후대응기금’이 에어컨 보급 사업과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관통하는 ‘지리산 산악열차’ 조성에 사용되는 등 취지와는 다르게 쓰이고 있어 논란이다. 

기후대응기금은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의 일환으로 조성했다.  탄소배출을 줄임에 따라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석탄발전,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기업과 근로자를 지원해 저탄소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담은 기후대응기금 규모는 약 2조4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약 7.5% 증가했다. 기금은 용도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기반 조성‧운영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활동 지원 △공정한 전환 △녹색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녹색금융에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하겠다는 ‘에너지 소외계층 에어컨 보급’ 사업이 기후대응기금의 용도로 쓰이면서 탄소중립과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해당사업은 2007년부터 시작된 에너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기후대응기금이 신설되기 전까지 산업통상자원부가 편성‧집행하던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 기재부의 기후대응기금으로 이관돼 ‘공정한 전환’ 항목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은 “저소득층을 위한 냉난방 시공 및 설비지원은 필요한 사업이지만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에어컨 설치를 탄소중립을 위해 신설된 기후대응기금으로 진행하는 것은 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앞서 지난해 기재위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해당 사업이 기후대응기금으로 편성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은 올해 기재위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예비심사 검토보고서에도 논의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은 기후대응기금의 목적 및 용도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기후대응기금 전출액은 전액 삭감하고 에너지특별회계로 편성‧집행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고 지적한다.

산자부는 해당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에 에어컨을 보급하고 고효율에어컨으로 교체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재위는 기후대응기금 취약계층 지원은 ‘기후위기 대응과정서 피해를 받는 노동자’ 지원사업인 만큼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냉난방 시공‧설치 지원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 복권기금 910억원 투입…‘복권기금사용신청서’ 미제출

장혜영 의원은 에어컨 보급 사업이 기후대응기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사업에 사용될 재원을 충당하는 데 필요한 적법한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023년도 복권기금 기후대응기금 전출사업 계획안과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 계획안. / 기획재정부 국회예산정책처
2023년도 복권기금 기후대응기금 전출사업 계획안과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 계획안. / 기획재정부 국회예산정책처

올해 해당 사업에 투입된 사업비는 868억 9800만원이었다. 그런데 내년도 계획안은 40억 7700만원 증액된 909억 7500만원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내년도 기후대응기금 수입 항목 중 ‘배출권매각대금’의 수입 감소로 예산이 부족하게 되자 기재부는 복권기금에서 910억원을 전출해 해당 사업의 예산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복권기금을 사용하고자 하는 중앙행정기관은 복권법에 따라 ‘복권기금 사용신청서’를 3월 3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를 받은 복권위는 이를 바탕으로 차년도 ‘복권기금운용계획안’을 5월 31일까지 기재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기재부는 복권위가 ‘복권기금운용계획안’을 제출하는 5월 31일까지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장 의원은 이와 관련해 “기재부 필요에 따라 예산이 휘둘리고 있다”고 규정하며 “법에 명시된 정식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차 미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라도 사업과 기금의 목적에 맞게 기후대응기금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재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대응기금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쓰이고 있다는 논란은 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으로 기재부가 추진 중인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이다. 해당 시범사업은 반달가슴곰이 빈번히 출몰하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만큼 환경단체는 정부가 16년에 걸쳐 복원한 반달가슴곰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공사과정에서 벌목이 불가피하며 관광객 유지에 초점을 맞춘 사업인 만큼 유동인구가 늘어 탄소배출량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기재부는 이에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기후대응기금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사업은 기존 도로를 활용하는 친환경 R&D 사업”이라고 설명했지만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시범노선을 건설하려면 도록 폭이 최소 10.9m 이상이어야 하는데 시범노선 구간의 도로는 폭이 대부분8~9m에 불과해 도로 주변 수목을 훼손하지 않고 시범노선 노반을 확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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