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경영학박사 
           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경영학박사 

[한스경제/ 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지구 평균상승온도 1.5도씨 제한 목표를 위한 넷제로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다시 한번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느낀다. 그 중의 하나가 자발적 탄소시장(VCM, Voluntary Carbon Market)의 부상이다. 

10여 년 전부터 '지구를 구하자' 라는 타이틀 아래 마음이 맞는 몇 명이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개인적인 모임이 있다. 다들 탄소시장에서부터 재생에너지분야 등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 영역을 구축하며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 탄소시장인 배출권거래제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면서 국내 탄소시장을 선도하는 멤버가 있는데, 얼마 전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자신의 달라진 관심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항상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려고 노력하는 멤버들이기에 그의 달라진 관점에 여러 가지 의견을 더하고 빼면서,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시각을 다듬을 수 있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정부에서 지정한 대상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말 그대로 개인, 시민사회단체, 비의무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탄소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에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할 정도로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예컨대 개인도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에 투자를 할 수도 있고, 작게는 K팝 스타의 공연장이나 대규모 스포츠 경기장에 탄소크렛딧이 추가된 티켓 구매를 통해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도 있다.

2050 넷제로 달성은 기업 산업 활동의 변화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개인을 포함한 우리사회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자발적 탄소시장이 이러한 전환속도를 빠르게 가져감으로써 결국에는 저탄소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사회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 필자의 관심이 꽂히는 지점이다. 

물론 논란의 여지도 있다. 배출권거래제와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대표되는 규제시장 관점에서는 자발적 시장은 기업들이 비교적 쉽게 탄소 감축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존재하나, 감축활동의 질(quality) 저하 또는 시장교란 이슈 등 규제적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지적에 대해 자발적 탄소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규제 시장과 비교해 아직은 자발적 시장에 대한 관리규범 자체가 없다. 그럼에도 NDC(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넷제로 달성 및 ESG 경영활동 등으로 늘어나는 배출권 수요를 기업들이 직접감축 활동 이외에 구매를 통해 상쇄(Offset) 하려는 방법은 현 시점에서 중요한 보완책이라고 할 수 있다. 

넷제로는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해 순배출을 0(제로)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배출량을 상쇄할 정도의 흡수 대책을 세우거나,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즉 넷제로는 감축뿐만 아니라 상쇄가 포함된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업은 보통 에너지 효율개선, 재생에너지전환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지만, 최대한 감축 활동에 나서도 불가피하게 배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제 3자의 감축 활동의 결과를 구매해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에서도 상쇄 배출권 한도를 할당량의 5%로 설정해 일정부분 상쇄를 인정해 주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무역·투자 환경이 온실가스 감축 역량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관한 배출량인 스코프3(Scope3)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 기업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량 관리가 중요해 졌다는 의미다. 스코프 1,2(직·간접 배출)에 비해 스코프 3(공급망 배출)는 측정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감축 이행이 매우 힘들다. 이처럼 공급망에 대한 직접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상 기업의 자발적 탄소 상쇄 시장 참여는 현실적 감축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발적 탄소시장이 자연스럽게 배출권거래제 대상이 아닌 비의무기업들의 탄소시장 참여를 유도해 공급망 차원에서의 탄소 배출량 관리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린워싱이다. 앞서 언급했듯 규제 시장에서 통과하지 못한 수준 낮은 프로젝트가 자발적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그린워싱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공존한다. 교토체제에서 일찌감치 CDM 사업을 통한 상쇄제도의 폐해를 경험한 EU(유럽연합)가 ETS(배출권거래제) 4기 운영에서 상쇄제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기도 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이 넷제로 달성에 중요한 이행 수단이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신기후체제 아래 파리협정 6조로의 전환과정에서 규제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CDM 사업의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몇 년 전부터 국제탄소시장이 침체기에 있다. 이에 대해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에서 파리협정 6조에 대한 시행지침(Rulebook)이 마련됨에 따라 본격적인 국제탄소시장의 부활을 많이들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견인하는 국제탄소시장의 활력과 지각변동이 그 보다 먼저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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