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전채 발행 최대 6배 늘려주는 '한전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채권발행 확대해도 적자는 줄지 않아…근본적 해결책 필요"
내년 51.6원 올라야 한전경영정상화…정부는 물가상승률 고심
서울 시내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모습. / 연합뉴스
서울 시내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모습.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올해 한국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부가 세 차례 요금을 인상했지만, 내년에도 전기요금을 비롯해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대폭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의 공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한전의 적자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어 결국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전기요금을 50원 이상 올려야 한전의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15일 2027년까지 한전채 발행을 최대 6배까지 늘려주는 한전법 개정안과 가스공사채 발행 한도를 최대 5배까지 늘려주는 가스공사법 개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 8일 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된 이후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당시 업계에선 한전이 회사채 발행을 못해 자본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내년 전기요금을 올해 인상분의 3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우려섞인 지적이 나왔었다. 

다만,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돼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한전채 발행 한도를 확대한다고 해도 적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한전법이 필요한 이유는) 올해까지 한전의 누적 채권 발행액이 72조원이다. 내년 1분기가 지나면 한전 채권 한도에 막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전법 개정안은 내년 전기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서가 아닌,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최근 물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전기요금이라도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대응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릴지, 인상 폭을 결정하는 문제만 남아 있는 셈이다. 

산업부가 국회 산자중위에 제출한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이다. 전기요금을 51.6원 올려야 한전의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산업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전기요금을 51.6원 올릴 경우 한전 영업이익이 1조9000억원 발생해 사채한도 4배 이내에서 경영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만약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51.6원 올릴 경우 올해 10월 판매단가(119.0원) 대비 43%에 달한다. 올해 인상률(18%)보다 훨씬 높다. 

산업부는 3년 동안 분기별로 나눠 점진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에는 내년에도 한전에 14조3000억원 적자가 발생해 사채한도를 13배 늘려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박일준 제2차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박일준 제2차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 폭이 클 경우,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나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7월 3.9%, 8월 4.0%, 9월 4.1%, 10월 4.2%, 11월 4.3%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가 올해 공공요금을 억누르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올해 5~6%대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이 내년에는 3.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이 사실상 확정돼 있어 내년 물가상승률 하락 폭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요금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가중치는 전체 1000 중에서 15.5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의 생산비용이 더 오르는 파급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때문에 산업부가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밝힌 요금 인상요인은 기획재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다소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전기요금은 산업부와 기재부의 협의를 거쳐 전기위원회 심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실제 물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의식해서인지 산업부와 한전은 요금 정상화와 비용 최소화 노력 등을 통해 내년, 혹은 2024년까지 흑자로 전환한 뒤 2025~2026년 누적 적자를 해소하고 2027년 말까지 경영을 정상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편, 산업부는 전기요금 등 전력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를 20일·27일·30일 세 차례 개최한다. 전기요금은 기재부와 조율이 계속되고 있어 30일 심의할 예정이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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