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38년만에 유통기한이 폐지되고 내년 1월1일부터 식품에 표기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된다. 처음 시도되는 제도인만큼 소비시장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제도 안착 차원에서 지난 8월부터 소비기한 표시를 선 적용하도록 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1년의 계도기간도 뒀다. 계도기간 동안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병행 표기가 가능하다.

소비기한이란 식품 포장재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인정되는 기간을 뜻한다. 이 제도는 기존 유통기한으로 인해 식품 폐기량이 많아지는 것을 줄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통상적으로 기존의 유통기한은 제품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됐다. 반면 소비기한은 80~90%로 설정된다. 우유는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한만큼 2031년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를 적용한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톤, 처리비용은 1조960억 원에 달한다.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폐기가 줄면 소비자는 연간 8860억 원, 산업체는 260억 원의 편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기한 자료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뀔 시 제품에 표시되는 날짜는 최소 14시간(비살균 즉석섭취식품·59시간→73시간)에서 최대 36일(과자류·45일→81일)까지 연장된다. 두부는 90일, 식빵은 20일, 우유는 50일 등 섭취해도 되는 기간이 늘어난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소비기한 표시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식품유형별 제품의 특성, 유통·소비 실정에 맞는 안전계수 산정 방법, 소비기한 참고값을 지속적으로 확대·제공해 영업자 스스로 안전한 소비기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식약처는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으로 식품 폐기를 줄이고 소비자와 기업이 편익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나 기업에서는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제품 품질에 대한 항의가 더 커질 수 있다”라며 “식품의 경우 제조와 유통 단계에서 상하는 일은 거의 없고 보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부 제품의 유통 및 보관 온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국내 냉장식품의 법적 보관·유통 온도 기준은 10도 이하, 신선편이식품처럼 미생물 리스크가 높은 식품은 4도 이하다. 해외 기준보다 높은 편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식품 보관·유통 시 냉장온도 5도 이하로 설정해 식품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두 국가는 독성 미생물이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식품을 지정하고 관리한다. 미국은 식용란 7도, 즉석섭취식품 5도 이하로 규정했다. 유럽연합(EU)은 식용란 4도, 신선채소 1~3도, 가공식품 5도 이하에서 관리한다.

또 소비자들이 소비기한을 기존 유통기한 표시제처럼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소비기한 표시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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