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경련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소득 보전 위해 부업”
노동부 “52시간 근로, 생계 담보할 수 없어 ‘투잡’으로 내몰려”
노동계 “연장근로 개편 시 주 90시간 이상 근무할 수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생활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부업을 뛰는 가장 근로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통계청 경제활도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부업 뛰는 가구주 근로자가 36만8000명으로 5년 만에 41% 늘었다.

가장 근로자 중 부업을 뛰는 근로자는 전체 부업자 54만7000명 중 67.3%를 차지했다.

전경련은 부업자 증가의 원인과 관련해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형태 다변화, 코로나19 장기화 등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지만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주업 근로시간의 감소와 함께 부업 참가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부업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부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경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 동안 1~3분기 평균 주업 근로시간과 부업 참가율을 비교한 결과 주업 근로시간이 줄어들수록 부업 참가율이 높아지는 것을 관찰됐다.

전경련은 특히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18년을 기점으로 부업 참가율이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 2030청년층‧고령층에서 부업자 증가

2017~2022년 간 1~3분기 평균 연령대별 부업 근로자 증가율 비교. / 전국경제인연합회
2017~2022년 간 1~3분기 평균 연령대별 부업 근로자 증가율 비교. / 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 5년간 연령대별 부업자 추이를 살펴보면 2030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3분기 평균 기준, 20~30대 부업자는 2017년 7만8000명에서 2022년 10만7000명으로 37.2% 증가했다. 60대 부업자의 경우 7만6000명에서 12만9000명으로 69.7% 뛰었다.

전경련은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져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에 대해서는 “주로 임시직, 시간제 위주의 일자리에 종사하며 부업을 통해 생계 소득을 보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지난 5년간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부업자가 62.9% 증가했으며 건설업(40%), 도‧소매업(24.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경련은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부업자가 늘어나는 경향에 대해 청년 및 노인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 숙박‧음식업,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각각 6.3%씩 감소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 부업자수도 덩달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도 성장 둔화, 해외 일자리 유출 등으로 전체 일자리가 감소해 부업자수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비대면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면서 플랫폼 노동이 확대돼 부업하기 쉬운 환경이 만련됐다”면서도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근로시간 규제로 초과수당을 받지 못해 실질임금이 깎인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부업 전선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2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정부 서울청사에서 “최대 52시간 근로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담보할 수 없어 이탈하거나 투잡으로 내몰리는 근로자도 속출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조선업 등 특근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급격한 소득 하락, 삶의 질 저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주 52시간제 두고 정부‧노동계 ‘줄다리기’

앞서 문재인 정부는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일‧생활 균형 및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을 국정과제로 삼고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주 52시간제 폐기 등 노동개혁에 힘이 실리고 있는 추세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주 52시간제를 업종‧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고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노동계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연구회 권고안대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단위로 확대하면 1주 최대 90.5시간까지 적법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반발했다.

단체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한 근로시간 관련 제보 279건을 분석하고 80시간 넘는 초장시간 노동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주 52시간 상한제조차 제대로 장착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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