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당, 지난 20일 노조 회계감사 규정 강화 법률 개정안 잇달아 2건 발의
환노위 재적위원 절대다수 야당…법안심사소위 통과조차 불투명
정우택 부의장 측 “노조 회계 감사 투명성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로 의견 수렴 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 화물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 화물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여당이 노조의 회계감사 규정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해 해당 법률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이번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입법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만큼,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정우택·하태경 의원, 노조법 개정안 각각 발의…회계감사자 자격 규정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노조의 회계감사 규정을 투명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2건이나 발의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노조 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노조 재정 운용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정부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노조감사’ 카드를 꺼내든지 2일 만이다.

이번에 발의된 2건의 법률 개정안은 공통으로 노조의 회계감사자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이른바 ‘노조재정 투명화법’이라는 노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노동조합 회계감사원의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 법적 자격 보유한 사람으로 한정한 게 골자다.

또 노조 회계감사 결과를 독립된 외부 감사인에게 감사받도록 하고 재정 관련 서류 보존기관을 확대했다. 조합원 열람청구권도 강화하는 한편, 감사자료를 행정관청에 의무 보고토록 했다.

앞서 하태경 의원도 회계감사자 자격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마찬가지로 회계감사자의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 법적 자격을 보유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반면 노조 내 회계 담당은 감사업무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노조가 행정관청에 회계자료를 매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기업 같은 노조가 대상이다. 이와 함께 예산·결산서 등 노조원의 열람 가능한 회계자료 목록 구체화 등의 내용도 담았다.

◇ 거대 야당·노동계 반발 뚫고 처리 가능할까

여당이 노조의 회계감사 규정을 강화하는 2건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실제 국회 본회의까지 갈지는 불투명하다. 노동 관련법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노위는 재적 16명에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다. 때문에 2건의 개정안이 전체회의 표결에 앞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할지조차 불투명하다.

상임위원회는 회부된 법률안 심사에 앞서 제안자의 취지 설명과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거친 후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만장일치’라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어, 이 단계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안건 조정이나 논의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선진국과 같이 노조든 시민단체든 회계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좋으나 의도와 시점 그리고 방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보다는 지지율에 도움이 되니깐 이를 위해 정쟁을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금도 정기적인 회계 감사를 법에 따라 6개월에 한 번 실시하고 조합원들에게 재정 운영 상황도 공개하고 있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마치 ‘깜깜이’가 있는 것처럼 노조를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호도된 사실을 전달해 노동계의 힘 빼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는 속내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달리 법안을 발의한 정우택 부의장 측은 노조 회계 감사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차원에서 의견이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뿐 아니라 조합원들도 지지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법안에 협조할 것이란 입장이다.

정우택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통과하기는 어려운 게 맞고 의결 정족수도 야당이 절대적이다”라면서도 “노조 재정 운영이 소수 간부에 의해서 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과 그런 조합원들의 지지도 있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정도로 의견이 수렴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조 회계를 투명화하자는 것으로 정치적 이익 또는 노조 활동의 자유를 규제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민과 선량한 노조원들의 뜻을 존중한다면 야당이 법안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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