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오현(왼쪽)과 임명옥. /KOVO 제공
여오현(왼쪽)과 임명옥. /KOVO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배구가 출범한 지도 벌써 17년째다. 시즌으로 따지면 2005년 겨울리그를 시작으로 지난 10월 개막한 2022-2023시즌까지 19시즌째를 맞았다. 

강산이 2번은 변할 동안 변함없이 코트를 지키고 있는 ‘백전노장’들이 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플레잉 코치 여오현(44)과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주전 리베로 임명옥(36)이다.

프로배구 최고령 선수인 여오현은 실업 시절인 2000년 3라운드 1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남자부에서 유일하게 프로 원년부터 뛰고 있는 선수로 V리그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제 플레잉코치가 됐지만, 여전히 코트를 누빈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다. 빼어난 기량으로 젊은 후배들 틈에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21일 오전까지 현대캐피탈이 치른 15경기 중 14경기에 출전해 45세트를 소화했다. 리시브 효율 52.17%를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남자부에서 리시브 효율 50%대를 기록 중인 선수는 여오현이 유일하다.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에 리시브 1위를 노리고 있다. 그는 출전 시간 부족으로 순위에서는 제외됐으나 지난 시즌에도 서브 리시브 성공률 55.3%로 이 부문 1위 박경민(51.8%·현대캐피탈)보다 높은 기록을 남겼다.

서브 리시브는 배구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공격수의 화려한 스파이크에 가려 빛이 나진 않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여오현은 V리그 통산 리시브 정확 7853개, 리시브 효율 66.3%를 기록 중이다. 리시브 정확은 통산 1위, 리시브 효율은 석진욱(71%·현 OK금융그룹 감독)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현대캐피탈에선 여오현이 만 45세까지 현역 생활을 하는 ‘45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다음 달 만 45세가 되는 그는 현역 마지막 시즌에 ‘라스트 댄스’를 보여주고 있다. 

임명옥. /KOVO 제공
임명옥. /KOVO 제공

남자부에 여오현이 있다면, 여자부에는 임명옥이 있다. 그는 V리그가 출범하던 2005년 1라운드 3순위로 KT&G(현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고, 2015년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2006-2007시즌까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활약하다 다음 시즌부터 리베로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이후 V리그를 대표하는 리베로로 자리매김했다. 2010-2011시즌, 2013-2014시즌 수비상을 수상했고, 2019-2020시즌부터 3시즌 연속 베스트7에 선정됐다.

올해 19번째 시즌을 맞은 임명옥은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14경기, 59세트를 소화하며 리시브 효율 60.63%(1위), 세트당 디그 5.08개(4위), 세트당 수비 8.37개(1위)를 마크 중이다. 선배 정대영(41)과 함께 베테랑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임명옥은 소리 없이 강하다. 꾸준함을 앞세워 차곡차곡 기록을 쌓아 올리고 있다.

2020-2021시즌 역대 최초로 리시브 정확 5000개를 달성했고, 2021-2022시즌엔 역대 2호로 디그 9000개를 돌파했다. 13일 흥국생명전에선 여자부 최초로 5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500경기는 남자부에서도 단 3명(여오현, 하현용, 박철우)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김종민(48) 도로공사 감독은 임명옥을 두고 “훈련할 때도 열심히 하고, 실력이 있는 선수다. 그렇기에 500경기를 뛸 수 있었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