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韓, 배출량 비해 낮은 거래량, 타국 비해 낮은 거래價
EU, ETS 강화...CBAM 내년 시범시행
美, 2025년까지 BCA 도입 검토...바이든 의지 확고
뒤늦게 뛰어든 中, 상하이 이어 하이난에 거래소 설립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세계 탄소거래 시장이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강화와 탄소국경조정세(CBAM) 시행을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탄소시장에 집중된 가운데 국내 탄소거래 시장은 조용하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세계 흐름에 발 맞춰 나가기엔 거래소와 거래가 등 여러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와 국외 탄소거래 시장이 어땠는지 되돌아봤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가 공장 굴뚝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사진=freeimages)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가 공장 굴뚝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 /사진=freeimages

◆ 한국, 탄소배출권 거래 중이지만 세계흐름·배출량엔 '역부족'

한국 탄소거래시장은 탄소배출량에 비해 턱 없이 낮은 거래량으로 타 국가들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 여기에 탄소 다배출기업의 무상할당 혜택, 타 국가에 비해 낮은 탄소배출권 거래가 등으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확장성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국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이다.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과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을 거쳐 지난해부터 제3차 계획기간에 들어섰다. 

제1차 계획기간에는 할당량을 100% 무상으로, 제2차 계획기간은 유상할당 대상 업종 내 기업에 할당되는 배출권의 3%를 유상 할당했다. 현재 진행되는 제3차 계획기간에는 유상할당 비율을 10%로 확대해, 선진적 할당방식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상 할당 대상 업종은 △무역집약도 30% 이상 △생산비용발생도 30% 이상 △무역집약도 10% 이상으로 생산비용발생도 5% 이상 되는 기업 등이다.  

그러나 탄소 다배출 기업들이 무상할당을 대상 업종에 선정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 10월 '2021년 온실가스 다배출 상위 30개 기업의 배출권 할당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30개 기업이 총 배출량의 94%를 무상으로 배출했다. 

포스코, 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현대제철, 삼성전자, 쌍용씨앤이, S-Oil 등 온실가스 배출 상위 30개 기업은 지난해 총 4억 2302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는 지난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6억7960만톤(잠정)의 62%에 달하는 수치다.

30개사는 온실가스 총 배출량 중 94%인 3억9885만톤을 무상할당으로 배출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평균 거래가격(1톤당 1만9709원)을 적용하면, 약 7조8608억원에 달하는 거래금을 지불 없이 배출한 것이다. 

더구나 △철강 △시멘트 △화학 △비료 업종 등 수출‧수입 비중이 높고 생산액 대비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높은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여전히 100% 무상할당의 혜택을 받고 있다. △발전 △자동차 △건설 업종 등에 제한적으로 10%의 유상할당을 적용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의 4.4% 수준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 업종은 지난해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지만 그보다 2배 이상 많은 무상할당 배출권을 받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10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대표 철강 3사는 지난해 1억 885만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 정도다.

철강 3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274만톤이나 늘었다. 여기에 온실가스 무상할당 배출권은 540만톤 증가, 배출량보다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철강 3사의 배출량보다도 2배 많은 배출권이 무상할당된 것이다.

이런 탄소 다배출 기업까지 무상할당 대상에 포함되는 등의 문제점은 결국 한국 수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EU와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의 폭이 점점 커지는 것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24억4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했고,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만4313톤으로 전년 대비 23.5% 증가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평균 거래가격은 1톤당 1만9709원을 기록했다. 올 초 35000원까지 올라갔던 거래가는 12월 중순에는 12000원 선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EU는 12월 중순 85유로(약 11만원) 안팎으로, 우리의 5배 이상 거래가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양국 배출권 거래가로 단순 계산하면 국내 기업이 EU로 수출할 경우 탄소 1톤당 8만원씩을 더 지불해야한다. 이는 단순 추정치일 뿐이며 앞으로 정해질 산정방식에 따라 금액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다만 CBAM이 시행되면 탄소배출 거래가는 100유로(약 14만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 탄소거래 시장에는 현재 690여개의 회원사만이 참여 중이다. 한국거래소가 시장 운영을 맡았고, 회원사 중 금융회사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증권사 18곳이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탄소배출권을 획득했다. 지난 7월 지자체로는 처음 배출권을 획득한 서울시는 아파트 승강기 운행에 사용되는 전기의 15~40%를 재활용하는 사업에 대해 승인 받았다. 아파트 승강기 운행 시 모터에서 발생하는 전기는 승강기 회생제동장치로 일부 재활용하는 사업이다.

시는 2019년부터 215개 아파트 단지에 총 2304개의 승강기 회생제동장치 설치를 지원했다. 이 가운데 2019년 상반기에 설치한 10개 단지 117대에서 168톤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했다.

전국 산림부문에서는 △독립기념관 자연체험숲길 및 명품 무궁화 테마공원 △경북 안동 천년숲 △경북 포항 해도 도시숲·철길숲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 △전북 새만금 방풍림 조성 사업 등이 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으로 승인받았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사진=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사진=연합뉴스

◆ '또 하나의 무역장벽' EU의 ETS·CBAM

EU가 최근 이사회와 집행위원회와 함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혁에 나섰다. 여기에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 불리는 EU의 탄소국경조정세(CBAM)는 내년 10월 시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자국보호주의라는 비판이 있지만 탄소배출을 더 감축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2005년부터 시작된 유럽 배출권거래제는 EU 배출량의 약 40%인 전력, 산업, 비행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에 대해 할당량을 부여하고 연도별로 관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거래시장 EU-ETS는 총 3단계로 운영되고, 현재는 3번째 단계에 진입했다. 

EU는 최근 탄소배출 감축의 고삐를 조이기 위해 ETS 개혁안을 내놨다. 이번 개혁안에는 △ETS 적용 분야의 감축 목표 상향 △무료 할당제 폐지 △도로 운송 및 건물용 연료에 대한 별도 금액 부과 등을 포함했다. 

ETS 적용 분야의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2005년 대비 43%에서 62%로 상향했다. 기업에 대한 무료할당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2026년 2.5%를 시작으로 2034년 완전 폐지할 예정이다. CBAM은 무료 할당제의 단계적 폐지와 같은 속도로 도입될 방침이다. 

탈탄소화가 어려운 도로 운송 및 건물용 연료 분야에 대해 별도의 ETS를 부과할 계획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이 예외적으로 높을 경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2028년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반면 CBAM은 EU 권역 외 국가들이 유럽으로 수출할 때 탄소배출량을 신고하고 배출량이 EU 규정을 넘을 시 관세를 물리는 제도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CBAM은 우선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내년 10월 시범 적용된다. 

CBAM의 시행은 우리나라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CBAM 시범적용 품목의 EU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철강(43억달러) △알루미늄(5억달러) △비료(480만달러) △시멘트(140만달러) 등이다. 

특히 철강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대유럽 철강 수출국 중 5위로, CBAM 영향이 큰 10개국에 속한다. 이로 인해 EU로의 철강수출은 최대 20.6% 감소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예측했다. 또한 철강 기업들이 CBAM으로 인해 발생한 지불비용은 연간 1억3500만달러(약 175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美 탄소국경조정, 2025년까지 도입 검토 

지난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EU의 CBAM과 유사한 국경탄소조정(BCA) 제도 도입을 추진, 2025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 의회에 제출한 '2021 통상정책의제 및 202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BCA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7월 미 상·하원 의원들의 주도로 발의된 법안인 BCA에는 2024년부터 △화석연료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등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방침이 담겼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전체 수입품의 약 12%가 규제를 받고, 연간 50~160억달러 규모의 추가 세입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BCA를 반대하고 있지만 최근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실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인해 시행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기 자원 위원회(CARB)의 규제를 받는 캘리포니아의 배출권 거래제는 미국의 유일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캘리포니아의 여러 산업 부문에 적용되고 있으며, 발전과 연료 공급은 모두 상한선 거래제(cap-and-trade program)에 속한다. 2013년에 시작해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줄이는 등 주목할 만한 목표를 달성했다.

◆ 中 탄소거래시장, 늦은 만큼 빠르게 성장 중   

중국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탄소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상하이 거래소가 지난해 정식 출범했다. 이후 지난 3월 하이난 국제 탄소배출권거래센터 설립을 승인했다. 타 국가에 비해 탄소배출권 거래에 뒤늦게 참여했지만 상하이와 하이난에 연달아 탄소배출 거래소를 설립하며 탄소중립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외의 교두보 역할을 맡은 하이난 탄소배출권 거래소는 풍부한 해양자원으로 탄소흡수에 효과적인 환경과 탄소금융 국제시장 진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특히 시장화 생태 보상 메커니즘을 구축해 탄소금융으로 경제사회의 저탄소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 중심의 거래를 진행한 중국의 다른 배출권 거래소와 달리 하이난 거래소는 블루카본(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을 주거래 상품으로 하는 탄소 금융 거래 플랫폼 신설을 목표로 한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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