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한국자산관리공사 팀장
                                       김준형 한국자산관리공사 팀장

[한스경제/ 김준형 한국자산관리공사 팀장] ‘오래된 미래’와 ‘지속가능한 후퇴’. 약 20년 전부터 내 가슴속에 화석처럼 남아있는 두 문장이다. 책 제목과 사진집에 나와 있던 글이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우리에게는 현재진행형인 화두라 할 수 있다.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자연 그리고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어 지금까지의 삶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과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 지향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치는 지금 우리의 삶과 가치관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을까? 그리고 세상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인류사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배적인 종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지구별에서의 인류를 간단하게 정의한 것이지만,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때 3가지 혁명을 거쳤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혁명이 단순히 시스템과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데서 그쳤다면 사피엔스는 지배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3가지 혁명을 기반으로 삶의 양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지배적인 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본다.

최근 들어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 대신 새로운 신조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특징을 새롭게 해석해서 호모 루덴스, 호모 에코노미쿠스 등으로 인류를 다시 정의하기도 했다. 또한 4차산업 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포노 사피엔스, 메타 사피엔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미래 사회를 살아갈 인류를 정의하기도 한다.

인류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우리가 지금 사는 시대에서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더불어 미래 인류가 살아가고자 하는 또는 살아내야 하는 삶을 위한 바램으로 새로운 지배종을 정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지구별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발걸음 앞에 놓인 가장 근원적인 삶의 바램은 무엇일까? 

얼마 전 인도네시아가 수도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방송을 보았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인 자카르타가 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도 해수면 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살던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 닥친 제일 큰 바람은 너무나 명확하다.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 지구별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삶,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하여 가장 보호받고 누려야 할 최상의 가치인 인권을 존중받고, 모두를 위한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하는 것 등등.

이러한 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바로 ESG 경영이다. ESG가 글로벌 경영 트렌드라고 하지만, 기업의 경영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법적 규제를 도입하고 산업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한다고 해서,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한다고 해서, ESG가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해 줄까!

얼마 전 한 송년회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서로의 선물 나누는데 그 중 텀블러를 뽑은 사람이 “텀블러는 140회 이상 사용해야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는 4년째 사용 중이다”라며, “새로 선물 받은 텀블러도 4년 이상 사용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았다. 일상에서 ESG가 피어나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시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앞의 사례처럼 제도와 시스템을 벗어나 개개인의 삶 속에 스며들어 삶의 양식을 바꾸어 내는 것. ESG가 경영 트렌드에서 개인의 삶의 가치로 전환되는 것, 이것이 지구별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인류를 위하여 ESG 사피엔스가 지배종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오래된 미래’와 ‘지속가능한 후퇴’는 인류에게 ESG라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요구하며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의 삶도 ESG 사피엔스의 길을 한 걸음 더 걸어가기 위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ESG 사피엔스가 인류사의 새로운 지배종이 되는 바람으로 별이 바람에 스치듯 모두에게 스치기를 기원해 본다. 

 

 

김준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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