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DC 플랫폼’ 레고켐, 1조원대 기술수출 잭팟
코로나에 등장한 mRNA 기술, 황금알 낳는 거위
혁신기술 기반 신약개발. 사진은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혁신기술 기반 신약개발. 사진은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앞으로는 기술 장사해야 먹고 산다.”

JTBC 주말드라마인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이성민 분)이 반도체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면서 던진 대사다. 극 중의 시대는 1987년이지만, 이는 2020년대 들어서도 제약바이오 산업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이를 방증하는 혁신기술로 ‘mRNA(메신저 리보핵산)’와 ‘ADC(항체약물접합체)’를 꼽을 수 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는 최근 글로벌 제야사 암젠과 총 12억 4750만달러(1조 605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등, 세부적인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업화 이후 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이번 계약으로 암젠은 레고켐바이오가 보유한 ADC 플랫폼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5개 암종 대상 항암제를 개발·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이 계약은 올해 국내 바이오업체가 기록한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액이다.

ADC는 약물을 암세포에 정확하게 보내주는 기술이다. 공격 대상인 암세포에 정확하게 도달해 약물을 퍼뜨리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인 탈모와 백혈구 감소 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적은 투여량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혁신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ADC 기반의 신약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항암제 ‘엔허투’가 있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 기존 약물보다 사망 위험을 50% 정도 낮췄고, 지난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도 ADC로 큰 성과를 올렸다. 지금까지 기술수출 12건을 달성했으며, 누적 계약금 6조 4131억원을 기록했다.

혁신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이 열리자 개발경쟁 또한 치열해졌다. ADC 임상 건수는 2010년 23건에서 지난해 178건으로 급증했다.

시장 전망도 장미빛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는 ADC 시장 규모가 올해 59억달러(약 7조 5000억원)에서 2026년 130억달러(약 16조 62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집계했다.

혁신기술이 미래 성장동력임을 방증하는 바로미터는 코로나19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을 활용한 백신을 개발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미국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개발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으로 지난해에만 무려 44조원을 벌어들였다. 뿐만 아니라 올해 4분기 매출 약 238억 3800만달러(약 28조 5197억원) 중 백신은 약 절반인 125억달러(약 14조 9550억원)를 차지하는 등,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모더나는 지난해 mRNA 백신으로 177억달러(약 21조 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08억달러(약 14조원)을 기록했다.

mRNA 백신은 약화된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는 mRNA 기반 항암제 등, 이미 신사업 발굴에 돌입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피부암(흑색종)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자사 mRNA 항암 백신 ‘mRNA-4157’과 미국 머크(MSD)의 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사용한 결과, 키트루다만을 사용했을때보다 암 재발률이나 사망률을 4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mRNA 기술이 코로나 이외 질병에 적용돼 임상을 거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더나는 장기적으로 각종 암과 희소 질환, 만성 질환에도 mRNA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엔테크는 대만에 mRNA 기반 항암 면역 치료제 임상 허브를 설립한다. 이곳에서 두경부암 치료제 ‘BNT113’에 대한 초기 임상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혁신신약 후보물질 및 플랫폼을 발굴해 통해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26일 기준)은 15건으로 6조 723억원(비공개금액 제외) 규모다. 지난해 34건, 13조 3689억원과 비교해 반 토막 수준이지만, 고금리와 경제 침체 등 글로벌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충분히 입증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지원이나 투자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면서 “하지만 혁신기술 및 신약을 꾸준히 개발한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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