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가보다 낮은 가격, 정치권 역할 부재가 문제 키워"
전력·가스 시장 문제, 국가부도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전력· 가스 대한 '공공재·필수재' 분류로 어려움 극복해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적자에 대해 '가격의 정상화'와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과 '정치권의 역할 부재'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향후 몇 년 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불안정한 에너지 수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하루 빨리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 / 사진=정라진 기자
최한수 경북대 교수. / 사진=정라진 기자

27일 '한전과 가스공사의 천문학적 적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에너지시장 정상화를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한수 경북대학교 교수는 김진태 강원도지사발 '레고랜드 사태'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원가보다 싼 전력 판매가"를 한전 적자의 궁극적인 문제라고 봤다. 

다만 한전은 원가보다 싼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해도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의 암묵적 보증'으로 인해 한전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한전에 투자자들이 몰리게 돼 시장 위기가 찾아오고, 이들이 다시 한전과 국가채에 몰리게 된다고 봤다. 최 교수는 "이는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뇌간, 블랙홀 역할을 한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사실 한전법 등 어디에도 한전이 파산하면 정부가 대신 갚아준다는 규정은 없지만 시장은 그냥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은 구축 효과가 발생,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이 발생하고 시장이 불안정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부는 전기공급의 차질에 대해, 당사자는 기업의 도산을 걱정한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는, 요금을 정상화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정공법은 인기가 없다. 이는 지금 정부의 문제이자 전 정부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전기를) 기업은 수출 보조금으로, 국민은 필수재라 생각한다. 이를 정당화해왔고 값싼 전기에 익숙해져왔다"며 "기재부가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데 입장이 편협하다. 이를 '물가관리'라는 관점에서만 본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순적인 것은 금융시장이 위험하니 한국은행에 돈을 풀라고 압력을 넣었다. 이는 물가상승의 요인"이라며 "한전에겐 채권 발행이 아닌 은행에 빌리라고 했다. 이로 인해 은행은 은행채를 발행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 국회 다수석을 가진 야당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인기도 없고 정책 실패로 보이니, 채권을 리셋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한다. 문제 해결은 용산(정부)이 해야한다. 이 문제를 어느 정도로 인식하는지 모르겠다"며 "채권 한도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전기료 인상의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정부나 여당, 야당이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소득세를 못 올렸고 결국 법인세를 올렸다. 전략적으로 어떻게 스윙보터를 설득할 것인가의 담론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발제자로 나선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의원은 전력과 가스시장의 문제가 결국 국가 부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타 국가들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가격과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문제점을 꼽았다. 

석 의원은 "우리나라 전기·가스 요금은 지난해 가장 낮았다.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 수출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수력자원의 강국보다 전기요금이 더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낮은 가격의 원인을 높은 인구 밀집도 등으로 꼽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국가 정책'이라고 봤다. 그는 "가격을 조작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 체제로 돌려서 수요관리 체제로 해야한다"며 "오래전에 진행했어야 한다. 국제적 위기가 발생하고 가스공사가 한전에 전가하다보니 한전 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태의 해결을 위해 가스와 전력 시장에서의 '공공재와 필수재' 분류 작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에서 송전망과 가스 배관 등은 공공성을 유지해야하지만 이외 부분은 필수재로 독립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석 의원은 "송전망과 가스 배관망은 정부가 공공재로 남겨놔야 한다"며 "한전이 요금 개선이 아닌 예산 축소를 자구책으로 내놨다. 이 중 송변전 등 예산을 6~7% 삭감 예정"이라며 "경쟁과 공공부문 분리해 별도 시스템을 만들어 그리드(망)의 중립성과 공정한 경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U 회원국들은 경쟁과 공공부문의 분리를 제도화해 시행 중이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건설의 인허가 기간을 축소해 에너지 위기를 타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석 의원은 "원전 건설은 10년이 걸리는 데 비해 수력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건설은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면 2~3년 안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EU는 재생에너지 건설 관련 인허가를 9개월 이내 끝내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태양광은 1개월 이내 종료 의무화를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석 의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요금 조정에 대한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공기업인 이상 요금 정상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와 가스는 특별하게 공공성이 많아서가 아닌 저장하기 어려운, 기술적 차이"라며 "근본적으로 이들을 석유와 다르지 않은 재화라고 생각해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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