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확정…철강·알류미늄 등 적용품목 수출 영향 
국내기업 경쟁력 향상 관측도…'10대 수출업종' 탄소 多배출은 약점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원전 확대 기조 유지…탄녹위는 "재생E 확대" 이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부지에서 열린 '신한울 1호기 준공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부지에서 열린 '신한울 1호기 준공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계묘년(癸卯年) 새해에도 전 세계적인 탄소규제 기조가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주도하에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13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정했으며, 미(美) 상원도 올해 6월 석유화학 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탄소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청정경쟁법안(CCA)을 발의했다. 이에 정부는 탄소중립 설비 구축 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배출권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EU집행위원회·이사회·유럽의회는 최근 CBAM 입법 최종안에 합의했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을 대상명단에 올렸다. 내년 10월부터 2026년까지 전환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2033년까지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무상할당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 對EU 수출 규모 636억 달러…CBAM 대응 분주한 정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EU 수출 규모는 총 636억 달러(약 80조 6193억원)다. 이 중 CBAM 적용 품목인 철강의 수출액은 43억 달러(약 5조 4515억원)였다. 그 외 알루미늄 5억 달러(약 6338억원), 시멘트 140만 달러(약 17억 77464만원), 비료 480만 달러(60억 8448만원) 등이다. 

특히, 한국의 철강산업은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그 위상이 남다르다. 조강생산 세계 6위·철강제품 수출 세계 3위·1인당 철강소비량 세계 1위 등 통계를 봐도 그렇다. 2019년 기준 부가가치유발은 27조원, 고용유발은 10만5000명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CBAM 시행이 대EU 철강 수출에 특히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의 철강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터키·러시아·인도·우크라이나에 이어 5번째다. 

올해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ESG경영을 구축한 포스코(POSCO)는 친환경 소재 대표기업으로 발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탄소저감 혁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계획이다. 보통 철강산업은 탄소 다(多)배출 산업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 ESG경영에서도 저탄소 기술 개발 등 분야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기후변화대응에 따른 관련 산업 영향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EU 수출량이 많은 철강 업종과 투입재 탄소 배출이 많은 알루미늄 업종, 대응 역량이 약한 중소 수출기업 등에 역량 강화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내년 10월 시작되는 CBAM 전환기간에는 탄소배출량 보고의무를 차질없이 이행하도록 탄소배출량 측정·검인증 비용 지원과 같이 MRV(측정·보고·검인증 체계)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두겠다"며 "2026년 법 시행과 2034년 전면 유상할당 시작에 대비해 탄소저감 기술개발 지원과 녹색금융 확대 등으로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면서도 CBAM 적용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CBAM 적용으로 인한 절대적 비용 부담보다는 탄소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쟁점이며, 이는 곧 시장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물론, 한국은 산업부문의 전력 소비량이 많고 전력 부문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상 수출 대상국의 규제·정책변화에 따른 영향도 크다. 10대 수출업종은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석유정제·철강·기계 등 에너지 다소비·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대부분 포함된다. 

◆ 대통령의 꿈 '원전 강국' 드라이브 본격화…재생E 공급은 어쩌나

에너지정책 분야에서는 윤석열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원전 강국' 드라이브가 새해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서 신설하는 정책조정비서관은 올해 화두였던 원전·방산 수출과 관련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소통·조정을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망이다. 수출이 국가 간 협력관계인 만큼, 관계부처 협력을 조정하기 위한 비서관직 신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고리2호기 등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방침을 재확인했다. 황 사장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산업부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노후 원전에 대한) 계속 운전 신청을 제 임기 때 모두 다 할 것"이라며 "국정과제에 포함된 (노후 원전) 10기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에너지믹스(전원 구성)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원전 확대에 주력하는 국정기조는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 방안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일각에선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가 글로벌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 12월 기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K그룹(6개사)과 삼성전자 등을 포함해 27개사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RE100 가입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수요도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줄이고 원전의 비중을 늘린 신(新)에너지정책을 발표한 이후,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직전 정부인 문재인정부에서 실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요청에 따라 전수조사 방침을 밝혔다. 지난 18일 '신재생에너지 사업효과 분석 용역'을 공고했으며, 40여 개 사업에 대해 5년간 효과성을 분석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문재인정부에서 실시한 신재생에너지 융자사업·연구개발(R&D) 지원사업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지난 9월 국무조정실은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불법·부당 집행 사례 2267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 직속 기구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정부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정부 기조에 이견을 표출한 것으로 향후 마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탄녹위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관련 검토 의견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녹위는 "탄소중립 진전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 증가, 무탄소 전원 필요성 확대 등으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대비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바,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전원 발전비중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파가 몰아친 23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멱우지에 설치된 수상태양광발전소 주변이 얼어있다. / 연합뉴스
한파가 몰아친 23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멱우지에 설치된 수상태양광발전소 주변이 얼어있다. / 연합뉴스

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30.2%에서 21.6%로 낮추는 내용이 담겨있다. 원전 비중은 기존 23.9%에서 32.4%로 높이기로 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2년마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전력 설비와 에너지믹스를 설계하는 1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다. 문재인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2%, 원전 비중 23.9%로 목표한 바 있다. 

한편,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1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확정치'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보급은 4454MW로 2020년(5503MW) 대비 19.07% 감소했다. 연료전지 등 신에너지를 제외한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보급만 살펴보면 4275MW로 2020년(5347MW) 대비 20.04% 줄었다. 

재생에너지원별 감소폭은 풍력이 가장 컸다. 2020년 대비 60.2% 감소하며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바이오(-58.8%), 태양광(-16.1%)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한 문재인정부 때도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이 축소된 만큼,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김동용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