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한동희(왼쪽)와 KIA 타이거즈 황대인. /롯데, KIA 제공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왼쪽)와 KIA 타이거즈 황대인. /롯데, KI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린 타자가 떠났다. 레전드 홈런 타자의 빈자리를 채워줄 젊은 피가 필요하다.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가 ‘거룩한 계보’를 이을 차세대 거포를 찾아 나선다.
 
◆ ’포스트 이대호’ 시대 맞은 롯데

롯데 부동의 4번 타자였던 이대호(40)는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그는 현역 시절 키 194㎝, 체중 130㎏의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와 부드러운 스윙으로 수많은 아치를 그렸다. 국내에서 롯데 유니폼만 입고 17시즌 동안 197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 374홈런, 1425타점을 올렸다. 2022시즌에도 142경기에서 타율 0.331, OPS(출루율+장타율) 0.881, 23홈런, 101타점을 남겼다. 이대호가 롯데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롯데는 내년 ‘포스트 이대호’ 시대를 맞는다. 새로운 얼굴이 4번 타자 중책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호의 후계자를 발굴하는 것이 2023시즌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대호의 맥을 이을 후계자 1순위는 한동희(23)다. 이대호의 경남고 후배이기도 한 그는 고교 시절부터 대형 타자로 성장할 재목이라고 평가받았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해 어린 나이에 1군에서 경험을 쌓았다. 3년 차가 된 2020년 주전으로 발돋움하면서 17개의 대포를 날렸고, 지난해에도 타율 0.267에 17홈런 69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2년엔 데뷔 첫 규정타석 3할 타율(0.307)과 14홈런, 장타율 0.458을 올리며 한층 발전했다.

한동희는 내년 롯데의 붙박이 4번 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대호는 은퇴식 기자회견 당시 ‘자신의 후계자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한동희 선수가 지금 우리 팀에서는 가장 잘할 것 같다. 장타를 잘 치니까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완의 대기’ 김민수(24)와 김주현(29)도 주목할 만하다. 김민수는 올 시즌 1군에서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7, 무홈런, 11타점, 장타율 0.300에 그쳤다. 하지만 시즌 막판 16경기에서 타율 0.292(48타수 14안타)를 올리며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에선 71경기 타율 0.302(255타수 77안타), 9홈런, 55타점, OPS 0.869로 남부리그 타점 1위에 올랐다. 1군 출전 기회가 보장되면, 타격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해 2019년 롯데로 트레이드 된 김주현은 좌타 거포 기대주다. 올 시즌 1군에선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으나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94(326타수 96안타), 6홈런, 51타점, 출루율 0.394, 장타율 0.414로 활약했다. 장타력과 준수한 수비력을 갖춘 1루수로 기대를 모은다.
 
◆ ’젊은 거포’ 발굴 절실한 KIA

KIA는 올해 프랜차이즈 거포 나지완(37)을 떠나보냈다. 그는 2008년 KIA에 입단한 뒤 ‘원 클럽 맨’으로 활약했다. 은퇴한 올해까지 15시즌 통산 1472경기에서 타율 0.277(4560타수 1265안타), 221홈런, 862타점, 출루율 0.387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221홈런은 해태 타이거즈 시절을 포함해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나지완이 빠진 KIA 타선의 중심축은 최형우(39)와 나성범(33)이다. 그러나 최형우는 내년에 만 40살이 되고, 나성범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 언제까지 이들에게 기댈 수만은 없다. 베테랑 최형우 나성범과 젊은 거포들의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KIA는 20대 중반에 들어선 황대인(26)과 김석환(23)이 중심 타자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 황대인은 2015년 KIA 입단 당시 향후 10년 이상 팀 타선을 이끌 거포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3개)과 4할대 장타율(0.418)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 시즌에는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29경기에 출전했으나 타율 0.256(476타수 122안타), 14홈런, 91타점, OPS 0.716의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어설픈 1루 수비, 타격 기복 등 약점을 노출했다. 확실한 중심 타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공수에서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KIA 타이거즈 김석환(가운데). /KIA 제공
KIA 타이거즈 김석환(가운데). /KIA 제공

김석환은 다부진 체격과 부드러운 스윙을 갖춘 좌타 거포다. 황대인과 함께 팀 내 핵심 유망주로 평가받지만, 올 시즌 51경기에서 타율 0.149(94타수 14안타), 3홈런, 장타율 0.266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그는 올겨울 호주 질롱 코리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10경기에서 4홈런, 장타율 0.676, OPS 1.105를 올리며 특유의 파워를 과시했다.

올해 트레이드로 KIA에 합류한 임석진(25)과 변우혁(22)은 내년 1군 진입을 노린다. 둘은 드래프트 상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들이다. 고교 시절 당대 최고의 펀치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1루와 3루 코너 내야수들의 장타력이 아쉬웠던 KIA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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