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기업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6→8% 찔끔
4Q 어닝쇼크·1월 BSI 최저·글로벌 패권·업황악화
"韓 반도체기업 국제 경쟁력 심각하게 저하될 것"
TSMC, 29일 3나노 대대적인 출하기념식 개최
삼성, 평택·테일러시 공장 준공 시 최선단 안정화
향후 252조원 투자…美에 11개 공장 증설 예정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반도체 혹한기를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업황도 어닝쇼크가 예측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까지 반쪽짜리로 결론 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겨울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7일 증권계는 올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을 전 분기 대비 72% 낮은 1조4100억원으로, SK하이닉스 영업 손실을 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통신 업종의 내년 1월 기업경기동향조사(BSI)가 77.8로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발표했다.

이 같이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과 업황 악화 등 악재들이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들은 재고자산 관리와 투자·생산 감소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반도체 기업 지원책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반도체 주요 기업 중 가장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삼성전자 법인세가 약 112억9000만달러로 글로벌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 법인세 납부액도 32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TSMC는 23억, 인텔은 18억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이 대기업 기준 세액공제 비율을 당초 기대했던 20%(대기업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2%포인트(6%에서 8%)만 올린 것과 관련해 4대 반도체학회 등이 26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재논의를 촉구했다.

반도체학회 관계자들은 "미국 세액공제 25% 등 경쟁국에 비해 (국내 세액공제 8%는) 크게 부족해 우리나라 반도체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경쟁국 모두 국가의 적극적 지원과 개입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민간 기업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해외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격차 유지는 물론 생존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현명한 재논의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향후 5년간 약 51조원 수준의 보조금을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고 자국 내 시설투자액에 대해 25%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대만은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7일 평택캠퍼스 투어에 참석한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정화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7일 평택캠퍼스 투어에 참석한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정화 기자

이런 가운데 TSMC가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본격 시작하며 이달 29일 출하기념식을 열기로 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겹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6개월가량 먼저 3나노 공정을 도입했지만 시장 선점을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현재 확보한 파운드리 고객사를 공개하지 않는 반면 TSMC는 이미 3나노 공정기술로 애플과 인텔 등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신규 공장 용도도 관건이다.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투자 규모를 120억달러에서 400억달러까지 늘리며 3나노 공정 생산라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독일에도 새 반도체 공장을 착공하기로 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아직까지 테일러시에 어떤 공정을 도입할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반년 먼저 3나노 공정을 시작한 만큼 수율 안정화와 고객경험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전문가들은 충분한 총알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내년 준공을 목표로 평택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다가 내년 하반기 장비 반입이 예정된 테일러시 공장에선 3나노를 비롯해 4, 5나노 등 선단공정을 맡게될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1920억달러(약 252조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 등에 11개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지난 9월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사업을 호텔 사업에 비유하며 고객사 확보(수주)를 위해서는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가 선행되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를 시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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