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전법·가스공사법, 국회 본회의 통과...공사채 한도 상향
한전·가스公 한숨 돌렸지만 '요금 정상화' 남아 
전문가 "구조 바뀌지 않으면 전기료 인상, 미봉책 불과"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 /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공사채 발행한도 상향을 골자로 한 한국전력공사법과 한국가스공사법(가스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자금줄 확보로 두 공사의 숨통은 트였지만, '요금 정상화'의 시작인 전력과 가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재수 끝에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 전 한전과 가스공사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각각 2배, 4배까지 공사채 발행이 가능했다. 개정안 통과로 5배까지 공사채 발행이 가능해졌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을 받으면 최대 6배까지 공사채 발행이 가능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5년 일몰제' 조항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로 인해 발행 한도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 

이번 개정안 통과 불발됐다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이할 뻔했다. 한전은 올해 30조원대 적자를 예상했고, 가스공사 역시 올해 미수금이 8조8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법안에 따르면 한전채 발행 한도는 91조8000억원 수준으로 내년 3월 정산 이후 한도 규모가 줄어 들어 더 이상 공사채 발행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두 공사는 은행 대출로 부채를 갚아야할 상황에 놓이고, 채권보다 비싼 이자 비용의 은행권 대출로 자금 조달을 해야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된다.  

개정안 통과로 두 공사는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공사채 한도 상향은 재무적 위기의 미봉책일뿐 장기적 전기료 동결과 원료비 급등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요금의 정상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전과 정부, 전문가들은 '요금 정상화'를 위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한전 측은 한전법 개정안 통과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전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처리돼 다행"이라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사채발행 최소화 대책은 물론, 당면위기를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2024년까지는 적자를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끔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2026년까지는 흑자를 쌓으면서 누적 적자를 해소한다는 골자의 로드맵을 세웠다. 다만 2026년까지 흑자전환은 포함하지 않았다. 단기간에 흑자전환할 경우, 시장 경제에 미칠 충격이나 소비자 부담이 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상당폭의 전기료 인상을 예고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많다. 가계와 기업에 큰 충격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당 수준 올릴 것"이라며 "전기를 많이 쓰는 동절기에 전기료를 너무 많이 올리면 취약·저소득 계층이 힘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부는 최근 국회에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 내년 한 해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산정했다. 이는 4인가구의 경우 올해 대비 1만5000원가량 전기료가 오르는 셈이다. 올해 인상분의 약 2.7배에 달한다.

내년 1분기 적용될 전기료 인상폭은 한전 이사회 및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는 등의 막판 조율 중으로, 30일 발표될 전망이다.

강경택 산업부 전력시장과 과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저희도 전기요금의 근본적인 문제를 전기요금 결정 구조 등으로 본다. 전기위원회 등이 전문성, 독립성을 가지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년 법률 개정 수준 등의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는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태도가 문제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령 전기료를 50원 정도 올린다면 내년에 40원을 먼저 올려 부채가 부채를 낳는 경우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료 인상 혹은 현실화라는 정공법이 정치적으로 인기있는 셈법은 아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에 채권을 더 인수하게 하거나 한국은행 발권력을 이용하거나 회사채 국채 물량을 조종하려한다"며 "그러나 자본시장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속성을 지녔기에 외부 충격 발생 시 타 기업이나 금융시장 외 실무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와 집권여당, 야당 모두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없다"며 "비싸게 사고 싸게 파는 (한전)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기료 인상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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