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GDP 역성장, 에너지 위기 때문"
유로존 경제 0.01% 미만 위축... EU집행위·ECB 보다 비관적
높은 실업률, 주택 폭락 예상..."금리 상승 시 주택 가격 떨어질 것"
유럽으로 러시아 가스 수송하는 가스관. / 연합뉴스
유럽으로 러시아 가스 수송하는 가스관.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 경제가 올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너지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37명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유로존(유로를 국가통화로 도입해 쓰는 20개국) 경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가운데 90%가 유로존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고, 올해 유로존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은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GDP 역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에너지 위기'를 이야기했다. 이들은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최악의 에너지 위기는 지나갔다고 봤다. 상대적으로 따듯했던 2022년 가을 덕분에 천연가스 저장 시설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다만 기록적인 추위와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으로 인해 올해 에너지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가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키아라 장가렐리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가스 시장은 여전히 주요 리스크"라며 "러시아의 추가 공급 중단이나 추운 겨울은 새로운 갈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또 다른 적응과 수요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인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실뱅 브루와예 역시 "가스배급이 자칫 사소해 보이는 꼬리 리스크로 보이지만 다음 겨울을 위한 에너지 공급 문제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노르웨이나 미국, 중동 등과 손을 잡았다. EU는 지난해 10월 전 세계 가스 수출국 3위인 노르웨이와 협력을 강화했다. 노르웨이와 폴란드를 잇는 발틱 파이프가 대표적인 협력 결과물이다.  

이에 러시아는 EU와 G7, 호주 등의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에 대한 대응성 조치를 시작했다. EU 등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동결하는 유가 상한제에 합의해 지난달 5일부터 시행 중이다. 

러시아 측은 올해 러시아산 원유 생산을 최대 7%까지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나 기업에 대해 석유, 이와 관련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법령은 오는 2월 1일부터 5개월간 적용되고, 대통령의 허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수출을 허용키로 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 공급 없이 유럽의 겨울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덜란드계 금융회사 ING 은행의 매크로 연구 책임자인 카스텐 브제스키는 "가스 저장 수준이 현재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올 겨울 에너지 공급 위기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게다가 올 겨울은 더욱 험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위기 외에도 높은 모기지 금리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이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한해동안 2.5%p 금리를 인상한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인상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마르첼로 메소리 로마 루이스대학 경제학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충격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ECB의 추가 금리 인상은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학자들은 유로존 경제가 올해 0.01% 미만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EU 집행위원회(0.3%)와 ECB(0.5%)가 예상한 유럽 경제의 성장 전망 수치보다 더 비관적이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최소 2년 동안 ECB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6% 이상될 것으로 예상했고, 2024년에는 약 2.7%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ECB가 전망한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인 6.3%, 3.4%보다 낮은 수치다. 

한편 내년 임금 상승률은 4.4%로, ECB의 예측치인 5.2%보다 낮을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예측했다. 또한 실업률의 경우 10월 유로존 사상 최저치였던 6.5%에서 올해 말 7.1%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유로존 주거용 주택 가격은 올해 4.7% 하락할 것으로 봤다. 브루겔 씽크탱크의 마리아 데머치스 선임 연구원은 "경기 침체기에 금리가 오르면 주택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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