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숙 (주)아키테코그룹 소장.
             심현숙 (주)아키테코그룹 소장.

[한스경제/ 심현숙 (주)아키테코그룹 소장] 건설 부문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8%을 차지한다. 건설산업에서 탄소 감축이 매우 시급한 당면 과제인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산업 부문별 감축량과 감축 수단을 제시하고 있으며, 건설 부문에서도 전주기 LCA(Life Cycle Assessment) 관점에서 탈 탄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배출량 산정만 되고 있을 뿐 건축물의 공법 중 어떤 공법을 변경해 적용할 것이며, 어떤 요소기술과 건축자재가 얼마만큼의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는 지에 대한 이해와 전략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산업에서의 ESG는 다른 산업에 비해 더욱 쉽지 않다.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설비나 장비만 바꿔서 되는 게 아니라 주거문화를 바꿔야 하는 측면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파괴된 6.25 전쟁으로부터 70여 년이 지난다. 그간의 건설 건축 기술 발전으로 지금 이토록 멋진 빌딩 숲과 경제발전을 이루어냈다. 빨리빨리 지어야 하는 건물의 내벽은 시멘트 콘크리트가 빨리 굳어야 층고를 높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기에 경화기술이 더불어 발전했고, 벽면의 크고 작은 균열이나 하자 요소를 가리는 용도로 도배문화가 발전하기도 했다. 지금은 친환경적이면서 디자인도 미려한 벽지나 페브릭, 대리석 등의 벽마감재가 많이 나와 있지만, 이제는 실내 마감재를 시공하는 주거문화도 바뀌어야 할 때다. 실내 인테리어자재 마감으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벽지의 경우만 하더라도 전월세 가구의 세입자가 바뀔 때마다 기존 벽지를 제거해 폐기하고 새로 도배 시공을 하고 있어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국적으로 보면 결코 적지 않다.

ESG가 부상하면서 미국의 녹색건축위원회(USGBC)에서 개발한 녹색건물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인증과 건강하고 쾌적한 건축환경을 만드는 매뉴얼인 WELL 인증이 새롭게 뜨고 있다. LEED는 신축, 구축, 주택, 상가, 오피스, 학교, 의료기관 등의 모든 건물 유형에 적용 가능하며, 또한 설계, 시공, 운영, 유지관리 등의 건물 전 생애 주기 LCA(Life Cycle Assessment)에서 적용 가능한 녹색 건물인증제도다. 세부 항목의 대부분은 이미 국내 건설에서도 잘 수행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바꿔야 하는 항목이 '시공 자재 숫자 줄이기' 부분이다. 실제 국내 실내 건축자재는 환경부가 인증하는 '환경표지'인증으로 대부분 관리되고 있으며, 유해물질 방출 기준도 매우 엄격해 세계적으로도 친환경 수준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실내 유해물질 수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높아 친환경 건축자재만으로 시공된 실내에서도 입주 초기 허용 기준치를 넘는 측정 수치가 나온다. 원인은 '입주 초기에 너무 많은 종수의 마감 자재를 시공하는 주거문화'에 있다. 벽면에 간단한 천연도료로 마감하는 외국과는 달리 침실 벽은 벽지, 붙박이장, 패브릭 등으로 마감하고, 거실은 대리석까지 추가된다. 

이제 건축에서도 시공 자재의 가짓수를 줄이는 ‘비움’ 문화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 시공 건축자재의 가짓수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탄소배출량 산출에 더해지는 항목의 수가 줄어든다. 또한 실내 유해물질 방출량을 높이는 건축자재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Source Control'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다수의 건축자재 시공으로 인해 발생되는 실내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해 저감공법을 추가로 시공하는 'Removal Control'로 건축자재의 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건축비를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물론 건축 마감재의 수를 줄이기 위해 벽지, 패브릭 등의 마감재 시공을 안 하게 되면 시멘트 콘크리트 벽면 마감에 소요되는 비용이 일부 증가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Source Control'은 건물의 수명주기를 늘리고 건축자재 전반의 원료채취, 생산, 수송, 시공, 폐기 전 과정인 LCA 측면에서 발생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건축에서도 ESG는 현실이 됐다.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ISO표준들의 개발과 발표도 속속 진행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탄소중립의 원칙과 Scope1, 2, 3 목표설정에 관한 세부 내용이 담긴 「ISO IWA 42:2022 Net Zero Guidelines」이 발표됐고, 2023년 올해에는 건물과 산업의 LCA와 에너지 범위와 지표가 포함된 「ISO 50010 Net Zero Energy」와 탄소중립 온실가스 관리방안이 포함된 「ISO 14068 Carbon Neutrality」가 공포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2030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50% 상향 검토와 Scope 3 관리방안에 대한 추진전략 및 시나리오 개발 등이 요구된다. 

건축에서의 탄소중립과 ESG를 구현해 지구온난화 1.5℃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LEED와 WELL인증을 기반으로 미래 에너지 사용량을 예측하고, 비축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사용량까지 관리될 뿐만 아니라 속속 발표되고 있는 국제 표준도 수용해 변화관리가 가능토록 통합된 ‘스마트 시티 AI 플랫폼’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현재 건축물에서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이해와 어떤 공법을 변경해 적용할 것이며, 어떤 요소기술과 건축자재를 적용해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지에 대한 Source Control 전략수립과 대처가 가능할 거라 본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탄소중립과 ESG시대를 극복하고 결국 선두에 설 것이다. 수십년 간 현장에서 만나 온 건설·건축인들은 좋은집 짓기에 진심을 가지고 성의를 다하고 있었다. 이들로부터 건축에서의 ESG가 지속가능하게 구현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심현숙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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