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프로배구발 병역 면탈 논란
과거에 비해 꼼수도 지능적으로 변화
OK금융그룹의 조재성. /KOVO 제공
OK금융그룹의 조재성.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최근 드러난 프로배구 조재성(28·OK금융그룹)의 병역 면탈 시도로 스포츠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프로축구 K리그까지 번질 조짐이 보이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급히 각 구단에 전수 조사를 요청했다.

일부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면탈 시도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면탈 시도를 위해 사용되는 꼼수가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과거엔 천식 같은 기관지성 질환, 불안정성대관절(십자인대 파열), 허리디스크 등이 병역 비리의 주된 사유였다. 2004년엔 프로야구 선수 수십 여명이 소변에 혈액과 약물을 섞어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는 형태로 병역 면탈을 시도했고, 2008년엔 프로축구 선수 100여 명이 어깨 탈구를 핑계로 수술을 받고 병역을 회피했다가 적발됐다.

최근에는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입대 전 신체검사의 기준이 강화됐다. 그러다 보니 병역 면탈 시도도 보다 다양해졌다. 이번에 수면 위로 올라온 뇌전증은 주로 뇌파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진단한다. 뇌전증 발작은 수초에서 수분 가량 이어지며 회복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질환이 발병하는 연령대도 신생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29세 남자의 뇌전증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3.88명이라고 알려졌다. 매년 국내에선 2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조재성. /KOVO 제공
조재성. /KOVO 제공

뇌전증이 병역 면탈의 사유가 된 건 명확한 진단 결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전증은 개인에 따라 증상도 다르고 발생 예측도 어렵다. 검사 결과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환자의 임상 증상이나 병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병역법 신경과 신체검사 기준을 보면 ▲전문의로부터 미확인된 경련성 질환 진단을 받고 2년 이상 항경련 치료를 받은 경우 ▲확인된 경련성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각각 5급(전시근로역)·6급(병역면제) 판정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스포츠 선수들을 비롯해 최근 병역 면탈을 시도한 이들이 뇌전증을 비리 사유 질환으로 삼은 건 뇌전증 환자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병력 청취를 주요한 진단 기준으로 삼는 점을 악용한 사례로 해석된다.

과거 스포츠 선수들을 관리했던 전직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3일 본지에 “중간책과 선수들이 법의 허점을 노리고 담합한 경우가 많다. 음지에서 수법이 보다 교묘해지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선수들의 자정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시스템을 만들어 은밀한 거래의 손을 차단할 수 있는 세밀한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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