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결국 핵심은 선수단 관리
2018년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논란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701호에 모여 대표팀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가 함께 찍은 사진.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701호에 모여 대표팀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가 함께 찍은 사진.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최근 축구계에서 불거진 ‘2701호 논란’은 대표팀 관리에 대한 대한축구협회(KFA)의 안이한 시각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른바 2701호 논란은 지난해 12월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의 개인 트레이너인 안덕수 씨의 인스타그램 글이 시발점이다. 안덕수 트레이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표팀 선수들이 카타르 월드컵 기간 축구협회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

안 씨는 “한 사람 당 케어(마사지) 시간이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이었다. 매일 한 명이 대여섯 명을 맡다 보면 손이 퉁퉁 붓고 불어 트기 일쑤였지만, 그들(선수들)이 흘린 땀 앞엔 고개 숙일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다”며 “저 또한 프로축구에서 2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꿔야 하고 제 식구 챙기기를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표팀 선수들은 안 씨를 지지했지만, 축구협회는 자격 문제를 이유로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안 씨는 자격증을 갱신하지 않아 ‘무자격’ 상태였다. 무자격 트레이너를 자격 문제로 채용하지 않은 부분은 원칙을 지켰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시행 규칙 제30조의6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물리치료사 자격을 취득한 자만 트레이너로 채용 가능하다.

물론 핵심은 결국 ‘선수단 관리’다. 시스템적으로 진작에 선수단 관리가 이뤄졌다면 큰 논란은 불거지지 않았을 일이다. 축구협회가 선수단 관리에 무신경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축구협회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선수단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당시 남자 대표팀엔 여자 대표팀과 달리 심리 전문가가 고용되지 않았다.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한 경우가 많아 심리 전문가가 필요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악성댓글에 시달렸던 장현수. /KFA 제공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악성댓글에 시달렸던 장현수. /KFA 제공

장현수(32·알 힐랄) 등 대표팀 선수들이 극심한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축구협회는 크게 문제 의식을 갖지 않았던 셈이다. 대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지나친 비난을 받은 장현수는 “경기 후 인터넷을 전혀 보지 않았다. 안 본 게 독일과 3차전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스스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털어놨다.

4년이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선 선수단 신체 관리에서 허술함을 보였다. 고이고 고인 부분이 안덕수 트레이너의 글로 터져버렸다. 협회는 트레이너 채용 부분과 관련해 다소 소극적인 해명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선수단 관리 전반에 대한 상세한 입장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무대응 원칙을 고수 중이다.

월드컵은 선수들에게나, 코칭스태프에게나, 축구협회에나 4년 농사의 결실을 얻는 큰 시험대다. 시험을 쳤으면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는 법. 그러나 일각에서 불거지는 선수단 관리 논란에 대해 좀처럼 시원하게 해명하지 않는 태도는 더 큰 의구심을 만드는 빌미가 되고 있다. 상세한 해명 없이 해를 넘겼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연 침묵은 금일까.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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