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슬기 기자] 상장 연기는 없다던 컬리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온전한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수 없어서다. 향후 최적의 시점에서 재추진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정확한 일정은 미지수다. 이처럼 새벽배송 업계 상장 첫 타자로 꼽히던 컬리가 일정을 연기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는 지난 4일 "한국거래소(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다며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컬리는 지난해 8월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미심사를 통과하면서 상장에 속도가 붙는 듯 했다. 하지만 투자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10월에는 컬리의 상장 철회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당시 컬리 측은 "상장 청구 승인 이후 정해진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기로 위해 시장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대로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상장을 연기했다. 당초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던 컬리는 최근 주식 거래시장에서 1조1800억원에서 1조1900언원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시장을 다시한번 예의주시 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재상장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컬리는 "미국 재상장 추진 계획은 없다"라고 소문을 일축했다. 컬리 관계자는 "안정된 시기를 기다릴 뿐"이라며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적자를 줄여나가고 적정한 시점을 찾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오아시스마켓·SSG닷컴·11번가 등 업체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올해 상장 대어로 꼽히던 컬리가 결국 상장을 연기하면서 이들 역시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난해 12월 29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오아시스마켓이 상장을 진행한다면 새벽배송 업체 1호 상장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예비심사 통과 이후 6개월 이내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올해 상반기 중으로 상장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컬리의 상장 연기가 변수로 작용한 만큼 오아시스마켓 역시 이대로 상장을 진행하기엔 무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유일한 흑자기업인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이다. 
 
11번가와 SSG닷컴 역시 올해 안해 상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중앙회, H&Q코리아 등에서 투자를 받으며 5년 내 상장할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11번가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적자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다. 이에 11번가는 최근 안정은 신임 대표이사와 하형일 대표를 각자 대표 체제로 구축하고, 몸값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SSG닷컴 역시 2021년 10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앞서 2018년 사모펀드 투자 받을 당시 조건이 2023년 상장이었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상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경색된 투자시장에 시장 '대어'로 꼽히던 SSG닷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상장기한이 있는 곳들은 쏘카처럼 최대한 몸값을 낮춰서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올해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코로나19 확산 시기와 다르게 한 자릿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출혈 경쟁을 펼치던 온라인 시장이 올해부터 이익 수준과 수익성 개선 능력이 기업 가치에 중요한 조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만큼 상장을 준비하던 이커머스 업체들은 그동안 펼쳐오던 출혈경쟁 대신 적자해소를 위한 비용 효율화가 필요해보인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새벽배송 업체가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결국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곳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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