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노동부 2023 업무계획 보고…“노사법치주의 확립할 것”
1월 중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 출범
노동계 “경사노위 주체는 노사정…자문단은 자문기구일 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고용노동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고용노동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사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계 패싱’을 주장하며 노정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노동부는 지난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동개혁 완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일자리 불확실성 선제 대응 등 3대 과제를 담은 2023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노동부는 노동개혁 완수의 일환으로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올해 3분기까지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약 한 달간 노조가 재정 상황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한다. 이후 오는 3월 노동조합 회계감사원에 관한 독립성을 높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의 재정투명성 강화를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동부는 노조의 자율적 공시를 유도하되 공시 대상과 항목, 절차 등을 담은 입법안을 마련해 다음달 중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조합이 먼저 자율적으로 서류 비치‧보존 등 운영 상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회계 공시 제도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보고드렸다”며 “대통령께서도 이 방향에 공감하셨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유연화도 업무계획에 담았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할 방침이다.

일자리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해 외국인력 11만 명 도입을 추진하며 취약계층 일자리 장벽 제거를 위해 부모 공동육아 사용 시 휴직기간을 기존 1년에서 1년 5개월로 확대한다. 또 정년 연장을 위해 계속고용장려금 지원을 확대하고 퇴직예정자의 재취업지원을 강화한다.

노동부가 보고한 2023 업무계획은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해 연말 노동부에 권고한 내용을 대폭 수용해 마련됐다.

◇ 노동계 “겉으로는 노사법치주의, 실상은 노조 때리기”

다만 노동계는 노동부의 업무보고를 두고 ‘노조 때리기식’ 제도라고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9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겉으로는 노사법치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나 그 실상은 노조 때리기식 조사와 감독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ILO 기본협약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는 정부의 어떠한 개입과 방해도 받지 않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정부는 ‘자율점검’ 등의 용어를 내세워 노조를 강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관련해서도 “노동조합 조직률(14.2%)에 불과하고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말뿐인 노사 자율선택권은 의미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노동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사회적 대화 없이 진행한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와 경사노위는 이달 중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과 ‘연구회’를 출범시킨다. 자문단은 노조의 회계투명성강화와 노사 현장 불법 근절 등의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경사노위의 자체 위원회가 아니며 자문단의 의견이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동계 패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노총은 “경사노위의 주체는 명백히 노‧사‧정이며 자문단은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일 뿐 경사노위를 대표할 수 없다”며 “자문단의 의견을 경사노위 의견으로 둔갑시켜 운영하는 것에 한국노총이 들러리 설 어떤 이유도 없다”고 반발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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