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손흥민 전담 트레이너 안덕수 씨 폭로에 공식 입장
"일부 선수, 자격 없는 안 씨 합류 요청"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701호에 모여 대표팀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가 함께 찍은 사진.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701호에 모여 대표팀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가 함께 찍은 사진.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2022 국제축구협회(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불거진 ‘2701호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이다. 내용은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지만 그 속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내재돼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오른 뒤 기쁨을 만끽하던 지난해 12월 7일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 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었다.

안덕수 씨는 “2701호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번 일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라며 KFA의 행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KFA는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카타르월드컵 기간 선수단과 협회 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시인했다. 협회는 뒤늦게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뚜렷한 사유,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SNS에 쏟아낸 개인의 감정에 정면 대응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선수단 노고를 격려하는 경사스러운 분위기에서 섣불리 언급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도 아닌 측근이나 익명의 관계자를 빌려 계속 이 문제에 대해 보도가 나오고 팩트와 거짓이 뒤섞여 혼란을 주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 문제를 계속 수면 아래로 둔 상태에서 협회 내부적으로만 수습할 경우, 오는 3월 예정된 대표팀 소집 때 비슷한 오해와 언론 보도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 따라서 협회는 핵심 내용을 공개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4가지의 입장 중에서 간과한 사실이 있다. 형평성 문제다. KFA는 안 트레이너를 고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2021년 11월(2일부터 상시 모집) 의무 트레이너 모집 공고를 냈다. 이 무렵 일부 선수들이 ‘안씨를 협회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협회는 선수들에게 ‘안씨가 원한다면 정식으로 지원을 해달라’고 전달했으나 안씨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작년 6월 일부 선수들이 안씨에 대해 또다시 의무 스태프로 일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KFA는 “안씨가 지원을 하지 않았고 고(姑) 최숙현 선수(트라이애슬론) 사망 사건 이후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 일할 수 있으므로,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달라”고 했다.

확인 결과 안씨는 기본응급 처치사와 스포츠현장 트레이너 자격을 보유했지만 KFA가 인정하는 물리치료사, 건강운동관리사, 선수 트레이너, 운동처방사를 갖고 있지 않아 정식 채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민체육진흥법(이하 최숙현법)은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무자격 트레이너 문제 때문에 생겨난 법안이다. KFA가 언급한 관련 내용은 ‘체육계 표준계약서 도입 및 실업팀 근로감독·운영관리 강화’다.

그러나 협회가 설명한 7번 내용을 보면 현지로 나간 5명의 의무 스태프 중 1명은 관련 자격증이 없었음에도 KFA 소속으로 일을 했다. 협회는 “B씨는 안씨와 다르다. B씨와 2년 재계약을 맺은 건 2020년이었다. 이때는 정부의 관련 법령이 시행되지 않았고 해당 법령이 추진된다는 걸 알지 못할 때였다”며 “이를 이유로 소급해서 당사자와 계약을 해지할 수 없었다. ‘2022년 12월까지 국가공인 자격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은 없다’고 B씨에게 통지했다”고 설명했다.

따지고 보면 안씨와 B씨 모두 자격이 되지 않았지만, B씨는 2008년 이후 14년째 함께 했다는 것과 최숙현법 법령이 추진되지 않아 소급해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협회에서 일하게 했다. 이는 명백한 형평성·공정성의 문제다.

사실상 '무자격증 트레이너' 안씨와 B씨는 카타르에 갔고, 선수들은 안씨에게 관리를 받았다. 그러나 협회는 마치 선수들의 압력이 컸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KFA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향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사태의 핵심은 KFA의 존재 이유나 마찬가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KFA에 문의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 (안씨는)  자격증이 없어서 의무팀에 합류할 수 없고 (지난해 12월 물리치료사 시험에 최종합격했지만) B씨는 왜 자격 요건이 없음에도 계약을 이어간 것인지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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