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 정인덕(가운데). /KBL 제공
창​원 LG 정인덕(가운데). /KBL 제공

[잠실학생체=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농구 창원 LG 포워드 정인덕(29)은 10일 서울 SK전에서 ‘인생 경기’를 펼쳤다. 이날 선발 출전해 28분44초를 소화하며 프로 데뷔 후 최다인 11점(3점슛 2개 포함)을 넣었다. 또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31)와 함께 SK 최준용-자밀 워니(이상 29)의 공격을 꽁꽁 묶으며 수비에서도 제 몫을 했다.

경기 뒤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에 들어온 그는 어색한 듯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박도경 LG 홍보 책임은 "정인덕이 데뷔 후 처음으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한다"며 웃었다. 정인덕은 “SK 상대 전적이 나빴다. 그래도 오늘 승리를 거둬 기쁘다. 덕분에 기분 좋게 휴식기를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연 많은 선수’다. 굴곡진 농구 인생을 살아왔다. 농구 명문 송도고-중앙대 출신으로 2016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 LG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2017-2018시즌까지 2시즌 동안 1군에서 12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은퇴를 선언하고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군대에서 허리를 다쳐 한동안 운동을 쉬었다.

창​원 LG 정인덕(가운데).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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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를 잊으려 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미련이 남았다. 결국 제대한 뒤 다시 농구공을 잡았다. 2021년 6월 LG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했다. 한 달간 입단 테스트를 치른 끝에 다시 정식 선수가 되는 데 성공했다. 정인덕은 "(농구를) 다시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잘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는 심정이었다"며 "한 번 부딪쳐 보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농구를 시작했다. 죽기살기로 했다. 지금은 농구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고 간절하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고작 6경기에 출전에 그쳤고, 올여름 이를 악물었다. 윤원상(25), 이승우(22) 등과 자발적으로 새벽 훈련을 소화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조상현(47) LG 감독은 절실하게 운동하는 정인덕에게 기회를 줬다. 조 감독은 “(정인덕은) 간절함을 갖고 운동하고 있다. 비시즌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꾸준히 새벽 운동을 소화했다. 궂은일과 수비를 충실히 해주고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랜 무명 생활과 많은 좌절을 극복하고 서른 즈음에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 정인덕은 “요즘 지인들이 보기 좋다고 말해 주더라. 지금처럼 부상 없이 잘하라고 덕담을 해 준다”며 "저는 밖에서 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다. 속공에 참여하는 능력도 좋다"며 "키 큰 선수를 상대로도, 외곽에서도 수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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