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 요시다 마사타카. /보스턴 구단 SNS
보스턴 레드삭스 요시다 마사타카. /보스턴 구단 SNS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최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어떤 대우를 받고 태평양을 건널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빅리그에 입성한 일본인 타자 스즈키 세이야(29·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레드삭스)의 2023시즌 성적이 이정후 가치 평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후는 2023시즌까지 뛰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이용한 해외 진출이 가능한 자격인 7시즌을 채운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구단에 공식적으로 빅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키움 구단은 이정후의 해외 진출을 승낙했다. 2일 "내부 논의를 거쳐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힌 이정후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구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MLB 진출을 공식화한 이정후는 일찌감치 2023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엔젤레스(LA)로 출국했다. LA에서 히어로즈 선배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과 타격 훈련을 소화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릴 참이다.

이정후를 향한 MLB 구단들과 현지 언론의 관심은 뜨겁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3일(이하 한국 시각) "내년 겨울 라파엘 데버스(27·보스턴), 매니 마차도(31·샌디에이고),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모두 시장에 나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KBO 슈퍼스타 이정후도 합류를 앞두고 있다"고 조명했다. 캐나다 온라인 매체인 '더 스코어'는 10일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올 선수 20명 중 한 명으로 이정후를 소개했다. 이 매체는 “2022시즌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이정후는 6시즌 통산 타율 0.342, 출루율 0.407, 장타율 0.495의 말도 안 되는 성적을 올린 ‘홈플레이트의 예술가’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젊고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주 포지션은 중견수다. 내년 겨울 FA 시장에 나올 중견수는 해리슨 베이더(29·뉴욕 양키스), 코디 벨린저(28·시카고 컵스), 엔리케 에르난데스(32·보스턴) 등이 있다”고 전했다.

2019 프리미어12 당시 이정후. /연합뉴스
2019 프리미어12 당시 이정후. /연합뉴스

이정후는 오는 3월에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다. WBC는 MLB 사무국에서 직접 주최하는 대회다. 이정후에겐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릴 기회다. 최고 투수들이 총출동하는 WBC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몸값이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인 타자들의 빅리그 연착륙 여부도 이정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먼저 빅리그에 진출한 세이야, 마사타카 등 일본 선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 같은 아시아 리그 출신 타자인 이정후의 가치도 상승한다. 

반대로 일본 타자들이 빅리그에서 기대를 밑돈다면 이정후도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타카는 지난해 3월 컵스와 계약 기간 5년, 8500만 달러(약 1057억 원)에 계약했다. 이정후와 비슷한 유형의 타자 마사타카는 지난해 12월 보스턴과 계약 기간 5년, 9000만 달러(약 1145억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현지에선 컵스와 보스턴이 ‘오버페이’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세이야는 올해 타율 0.262, 14홈런, OPS 0.770으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올해 MLB 무대에 데뷔하는 마사타카도 기대 이하 성적에 그치면 아시아 타자 거품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에게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MLB에 정통한 송재우 본지 논평위원은 “올해 FA 시장이 과열되고 아시아 리그 출신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은 건 이정후에게 긍정적인 일이다”라면서도 “미국 현지에선 일본 선수들의 몸값이 실력에 비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목소리가 많다. 최근 빅리그에 진출한 두 일본인 타자(세이야와 마사타카)가 만약 기대 이하 성적을 낸다면 (이정후를 포함해) 아시아 선수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반면 일본 타자들이 잘해주면 이정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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