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 /KBL 제공
김상식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 /KBL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안양 KGC 인삼공사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는 거의 없었다. 2016-2017시즌,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김승기(51) 감독은 고양 캐롯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고, 주포 전성현(32)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캐롯으로 이적했다. 두 기둥이 빠져나간 KGC인삼공사를 하위권 후보로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KGC는 1위(22승 9패·승률 0.710)로 전반기를 마쳤다. 개막일부터 단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팀 평균 득점 공동 1위(83.6점)에 오르는 등 화끈한 공격 농구로 선두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KGC 선전은 김상식(55)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현역 시절 ‘이동 미사일’로 불린 명슈터 출신 김 감독은 2004년 SBS 스타즈(현 KGC) 코치를 맡아 지도자 길로 들어섰다. 이후 안양 KT&(현 KGC)와 대구 오리온스(현 캐롯), 서울 삼성 등에서 코치 및 감독대행을 지냈고, 2008년에는 오리온스 감독을 역임했다. 국가대표 코치로도 활동한 그는 2019년부터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21년 1월까지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친정팀 KGC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자인 김승기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면, 김상식 감독은 ‘소통’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 그는 경기 중 작전타임 때도 웬만하면 호통을 치지 않는다. 선수들을 다그치는 대신, 특유의 온화한 카리스마로 보듬는다. 또 거리낌 없이 소통하며 선수들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한다. 김 감독과 친분이 있는 한 농구인은 “김 감독은 점잖고 샤프한 사람이다. 선수, 코치들과 소통도 많이 한다. 선수와 코치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아는 지도자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13일 한국스포츠경제와 통화에서 “기술 훈련과 전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실수도 하고 잘못할 때도 있지만, 다그치고 혼내기보단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팀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저도 코치 때는 선수들에게 화를 많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 경험이 쌓이면서 강압적으로 지도하는 것보다 선수들을 부드럽게 보듬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선수,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가 서로 소통하면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치르다 보니 팀워크가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선수들과 소통에 관해선 “농담 한마디라도 먼저 던지려 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 한다. 선수들의 표정도 세심히 살핀다. 코트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으려면 농구 외적인 걱정이 없어야 한다.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상식(오른쪽) 감독이 코치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KBL 제공
김상식(오른쪽) 감독이 코치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KBL 제공

김 감독은 조성민(40) 코치에게 슈팅, 최승태(41) 코치에게 조직력 강화 등을 맡겼다. 합리, 소통을 중시하는 그는 코치들의 조언과 의견도 경청한다.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임무를 주면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결정은 제가 하지만 최대한 코치들 의견을 들으려 한다”고 짚었다. 

전반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정규리그라는 장기레이스는 워낙 변수가 많아서 후반기에도 절대 긴장을 풀 수 없다. 김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한다. 기술적인 부분, 전술적인 부분보다 밝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지더라도 처지지 않고, 이기더라도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 남은 시즌 중 위기가 몇 번 오겠지만, 현재 팀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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