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본규모, 요건 충족한 증권사엔 은행 수준 업무 허용해야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금융시장의 연계성이 대내외적으로 커지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되며, 국경간의 자본이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은행 중심의 외환정책은 증권사들의 외환업무 역량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외국환거래법 제3조를 통해 외국환업무를 외국환의 발행 또는 매매,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추심 및 수령, 외국통화로 표시되거나 지급되는 거주자와의 예금, 금전의 대차 또는 보증, 비거주자와의 예금, 금전의 대차 또는 보증, 기타 시행령 제14조에서 정하는 업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모든 외국환업무의 취급이 가능한 곳은 은행(외국환은행)이다. 하지만 은행과 달리 기타외국환업무취급기관으로 분류되고 있는 증권사는 법적 제약이 따른다. 즉, 지급·추심(推尋) 및 수령 업무가 불가능하며, 예금업무의 취급 역시 불가능하다.

구체적인 업무를 나열해 보자면 ▲외화증권 매매/발행/인수 ▲외국인대상 원화증권 매매/중개 ▲차입, 외화증권 대차, 신용공여, 외화RP ▲외국환 매매(환전) ▲장내외 파생상품 매매/중개 ▲랩어카운트 ▲외화증권 수탁, 신탁 등이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외국환업무는 외화증권 중개와 이와 관련한 외환매매가 가장 많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증권투자' 열풍 덕이다. 외화증권 중개와 관련된 위탁매매는 2012년 4조 1000억원에서 2019년 63조 8000억원으로 늘었으며 앞서 언급처럼 팬데믹 이후 2021년에는 528조원까지 급증했다. 따라서 외화증권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해 2021년에는 약 9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기관의 핵심 역량이기도 한 자금조달과 관련한 부분은 어떨까. 증권사의 외화자금 조달은 원화자금 조달과 달리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원화는 증권사가 예금 수신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한데, 국고채 전문 딜러(프라이머리 딜러) 참여 증권사는 콜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단기금융업(초대형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발행어음 업무도 가능하다.

하지만 외화자금 조달은 외화예금의 수신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외국환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는 은행간 대출시장 참여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증권사들은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은행으로부터 외화대출을 받기 위해선 한국은행의 외화대출 용도제한 규정에 의해 해외사용 목적의 실수요 증빙과정을 필요로 한다.

해외(비거주자)로부터 차입에 대한 법적 제약은 없다. 따라서 외화채권 발행으로 외화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실제론 신용도가 높은 일부 대형 증권사들만 일부 발행실적이 있다. 외화발행어음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IB 증권사만 가능하다.

외화자금의 운용은 실질적 제한이 거의 없지만, 이처럼 외화자금 조달의 제약 때문에 운용 가능한 외화 유동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대고객 상품과 연계된 외화자금은 매칭된 운용방식을 적용받음에 따라, 다양하고 적극적인 외화자금 운용에는 실직적인 제약이 큰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에 대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아직까지 국내 증권사들은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외환업무에 치중하면서 외환업무역량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정리했다. 이는 증권사 자체 노력이 부족했던 점도 원인이지만, 현행 법령체계 아래서 증권사가 은행과 차별적 대우를 받아온 것에도 상당 부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당국은 우리나라 외국환법령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외국환은행 중심주의를 탈피해 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이 외환업무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적어도 자본규모나 위험관리능력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증권사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외국환업무의 범위를 은행 수준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법제도 개선은 증권사의 외환업무역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금융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뜻한다. 비단 업권의 형평성 문제 차원이라기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위기대응역량 확충으로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체의 외환 및 국제금융업무 역량을 제고하고, 이는 또 다시 대외건전성 강화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의 편의성이 증대될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거래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증권사도 법제도 개선만 기다릴 게 아니라,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투자중개, 외화자금 이체나 결제, 외화증권 수탁과 보관, 환헤지 등 종합적인 외환부문 서비스 체계서 새로운 업무영역 창출을 꾀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금융 확대 추세에 부응해 증권사 외환업무도 전자거래시스템을 활용한 외환거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내부적인 외환관리시스템 정비를 통해 위험관리방안을 정비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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