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2일 남양연구소서 아이오닉5 충돌시험 공개
승객공간확보·도어열림·누유·더미상해 無
충돌안전개발비용, 차량당 총 100억여원 발생
E-GMP, GV60·아이오닉6 최고 등급 달성할 것
"고객안전 최우선…안전성능 개발 최선 다할 것"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충돌 준비 과정을 마친 현대 아이오닉 5가 마침내 시속 64킬로미터 속도로 출발선을 통과했다. 이어 고막이 진동할 정도의 '쾅'하는 굉음과 함께 시험 차량이 벽면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난 12일 현대자동차그룹이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를 실시한 현장 모습이다.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열린 아이오닉5 충돌안전평가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이 차량 충돌 후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열린 아이오닉5 충돌안전평가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이 차량 충돌 후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날 충돌 직후 기자들은 근접 관람을 통해 충돌 부위와 더미(인체모형) 상태 등을 면밀히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차례로 관람에 나선 기자들은 차량 내 승객 안전성은 물론 충돌한 아이오닉 5의 차체 변형과 차량 내부 특이사항, 누유 및 화재 여부, 에어백 및 안전벨트, 구속 장치 전개 여부, 문열림 여부 등 충돌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관람 결과 육안 상 차량 앞 범퍼가 다소 심하게 망가졌는데도 승객 공간은 안전하게 확보된 상태였고 두 더미 몸체에도 큰 상해는 없었다. 또 연구원들이 문을 열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봐 도어 열림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인해 전해액 누유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 

엄수홍 현대차 바디인테그레이션팀 파트장은 "배터리 화재는 충돌 상황뿐만 아니라 충전이나 주차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며 "고장 메커니즘에 따라 설계 대책을 적용하고 있다. 가령 냉각수 누수나 제조 불량, 배터리 셀 결함 등도 화재 발생 요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외부로 나오지 않도록 안전 기술을 단계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충돌시험 후 충돌 피해를 보다 정확하게 계측하는 분석 검증을 거친다. 더미에 적용된 센서를 통해 상해 데이터를 계산하고 차체 변형 정도를 계측해 종합적인 차량 안정을 분석한다.

김종민 안전성능시험2팀 개발1파트장은 "더미 상해나 차량 펄스를 취득하기 위해 계측기로부터 시험데이터를 수집하고 온보드 고속 카메라로부터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는 작업도 실시했다"며 "시험데이터와 동영상을 다운받아서 더미 상해치와 차량 거동과 관련된 시험결과를 분석하려면 특정 소프트웨어와 일정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열린 아이오닉5 충돌안전평가 공개 행사에서 미디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열린 아이오닉5 충돌안전평가 공개 행사에서 미디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충돌시험에 앞서 백창인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충돌 시험장과 더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 대해 발표했다. 

충돌장은 이동식 블록을 중심으로 총 3개 트랙이 삼각 구도로 배치됐다. 백 상무는 충돌시험을 구현하기 위해 차량은 케이블을 통해 필요한 속도로 견인되며 최대 5톤 차량을 시속 100킬로미터 속도까지 시험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백 상무는 "정면과 스몰오버랩, 옵셋, 측면, 후방 충돌과 같은 각국 법규 및 상품성 평가뿐만 아니라 실 사고를 구현한 다양한 시험 수행이 가능하고 중앙의 이동식 블록을 이동하면 차대차 충돌시험까지 가능하다"며 "실차 충돌시험은 차량 준비부터 시험을 마칠 때까지 많은 엔지니어와 시험준비 인원이 표준화된 시험 절차 의거해 준비 및 결과 분석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험 차량에는 고속카메라를 비롯해 다양한 센서들이 부착돼 있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12일 현대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12일 현대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날 공개된 충돌시험은 미국보험협회인 IIHA에서 주관하는 충돌 상품성 평가 항목 중 하나로 자체개발 평가다. 시험명은 'IIHS 강화 64kph 40% 옵셋 충돌'이다. 실제로 아이오닉 5 24 MY 차량이 시속 64킬로미터로 주행, 전폭의 40%를 겹쳐 변형벽에 충돌했다. 시험 차량 운전자석엔 하이브리드3 50% 남성 더미를, 후석엔 하이브리드3 5% 여성 더미를 착석시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충돌 안전 평가에 활용하고 있는 더미(인체모형)가 남양연구소에 전시돼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충돌 안전 평가에 활용하고 있는 더미(인체모형)가 남양연구소에 전시돼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백 상무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체격의 남녀 성인부터 영유아 등을 모사한 27종 170여세트 더미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가장 고가의 더미는 남양연구소에 전시된 쏘오 더미와 월드 SID 더미로 한 세트당 가격이 15억여원에 달한다. 최근엔 인체 반응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쏘오와 측면충돌 인체 모형인 월드SID 중심으로 충돌 안전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양민호 현대자동차 안전성능시험2팀 책임연구원은 "이번 시험은 IIHS에서 향후 도입 예정인 64kph 옵셋의 강화된 버전 2.0에 따라 시험을 진행한다"며 "강화 내용의 핵심은 후석에 왜소 여성 승객을 대표하는 하이브리드3 5% 더미를 추가로 착석해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IIHS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GOOD(훌륭함)을 받았다. 또 같은 해 IIHS로부터 26개 차종이 ToP Safety Pick Plus와 ToP Safety Pick에 선정됐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명실상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충돌 안전 성능을 보유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고려해 E-GMP의 충돌 안전 성능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차량 안전성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배터리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E-GMP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은 아이오닉 5와 6, 기아 EV6, 제네시스 GV60이며 전차종 모두 최고 수준의 충돌 안전성을 갖췄다. 각 지역별 공인 시험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데 아이오닉 5는 전 지역 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받았고 EV6 는 지난주 북미 NCAP을 끝으로 전 지역 공인시험을 완료했다. 제네시스 GV60와 아이오닉 6도 일부 항목의 공인 시험이 예정돼 있으며 두 모델 모두 최고 등급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는 약 1만3500명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세계에 판매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 대부분 차량을 개발하는 곳이다. 충돌시험을 진행한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 준공, 40000m²(12100평) 시험동과 2900m²(877평) 충돌장을 갖췄다. 이 곳에서 시행되는 충돌시험은 연간 평균 650회가량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고객 신뢰의 핵심 요소로 품질과 안전을 꼽으며 "품질과 안전이라는 기본적인 약속을 지켜 나갈 때 고객들도 우리를 믿고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기꺼이 함께 해 주실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충돌시험은 글로벌 판매 차량 기준으로 출시 전 개발 단계별로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이상 진행하고 있다"며 "차량당 총 100억여원의 막대한 충돌 안전 개발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미에 대해서는 "내구재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유지 보수를 위해 소모품 및 파손 부품의 교체가 필요한데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상무는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다 높은 안전 성능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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