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1월 국회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공운법 개정안 통과
尹 정부, 적용 대상 기관 130개→88개…42개 기관, 기타공공기관 전환 예정
일부 기관 전환 확정시까지 노동이사제 도입 미뤄
지난해 1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던 노동이사제가 현 정부 들어 퇴색하는 분위기다. 노동이사의 법적 선임 의무를 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수가 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으로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재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첨예하게 대립하며 지난해 초 관련 개정안이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은 지 1년 만에 삐걱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노동계 vs 재계 첨예한 갈등…지난해 1월 국회 문턱 넘어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서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근로자 경영 참가를 통해 노사 협력과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난 2020년 11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된 사안이기도 하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국회 문턱을 넘기 전부터 첨예한 대립을 불러일으켰다. 재계는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기업에 확산될 것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도록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에 확산시키겠다”고 말해 향후 민간에도 도입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반면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노사 갈등을 줄이고 대화를 통한 건전한 노사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지난해 1월 본회의를 열고 노동이사제 도입 방안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총 130곳. 한국전력공사, 5대 발전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36곳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준정부기관 94곳 등이었다.

◇ 일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전환 확정 이후로 미뤄

문제는 현 정부 출범 석 달 만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하는 공공기관 수가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을 앞두고 ‘공운법 시행령 개정안’을 6월부터 7월까지 입법예고했다.

기재부는 당시 노동이사 자격과 권한·의무 등을 담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각 기관에 알리고 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 작업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총 130개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노동이사제도를 본격 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같은 달 적용 대상 기관 수는 대폭 감소했다. 새 정부 들어 단행하고 있는 공공기관 혁신 정책에 맞춰 기재부가 직접 경영·감독하는 기관의 범위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통해 주무부처, 기관 자체의 권한과 자율성을 강화한다 취지다.

그 결과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130개 공공기관은 88개로 쪼그라들었다. 42개 기관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될 예정이고 체적인 대상은 향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만약 기재부의 발표처럼  42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되면 이들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이유가 사라진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공운법을 적용받으나 전환 후에는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까지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 예정인 공기업·준정부기관 중 정관에 노동이사제 관련 규정을 마련한 곳은 총 22곳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되는 기관의 노동이사 선임 여부는 자율적인 부분”이라며 “기관 상황이나 노사 협의에 따라 진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관을 손질한 일부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전환 확정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기타공공기관 전환 시 법적 의무가 없는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당장은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관련 절차는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는 기타공공기관 전환 확정에 따라 별도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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