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증금제 대상 매장 중 30%는 ‘보이콧’…“형평성 어긋난다”
타 브랜드 컵 받지 않는 매장 많아…교차반납 활성화 돼야
환경부 “조례 통해 대상 매장 확대하고 소비자 반납 편의 개선할 것”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위한 바코드가 부착된 일회용컵./ 연합뉴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위한 바코드가 부착된 일회용컵./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음료 구매 시 일회용 컵에 담아가면 보증금 300원을 더 내고 컵을 반납하면서 다시 돌려받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일회용 컵 회수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해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전국 동시 시행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디어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일부터 세종과 제주시에서만 시작했다.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전국에 매장 100개 이상을 가진 프랜차이즈다. 적용되는 매장은 세종 173개, 제주 349개로 총 522개이며 다회용 컵만 사용하는 130개 매장까지 합치면 총 652개이다.

보증금제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대상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찾아간 보증금은 총 2939만 7300원으로 나타났다. 컵 수로 따져보면 9만 7991개가 회수됐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회수율을 20~30% 수준으로 추정했다. 즉 10개 중 2~3개의 일회용 컵만 반납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보증금제 적용 매장과 소비자의 참여가 유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보증금제 대상 매장 중 30%는 보증금제도를 ‘보이콧’ 하고 있다. 보증금제 적용 매장은 전국에서 프랜차이즈를 100개 이상 가지고 있는 매장이어야 하지만 제주시 내에서 매장 수가 많은 지역 프랜차이즈나 관광지 대형 개인 카페 등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주와 세종의 적용대상 프랜차이즈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제주프렌차이즈협의회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커피, 음료를 판매하는 업소들이 무수히 많은 가운데 지갑 사정이 어려운 소비자들이 사실상 300원이 인상된 커피, 음료 판매 업소를 외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모든 업소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환경단체에서도 제기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에서 일회용컵을 제공하는 음료전문점 3000여 곳 중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12%에 불과하다”며 “도내에서 많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도 향토 프랜차이즈는 전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사업 대상에서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조례 개정을 통해 보증금제 적용 대상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조례로 관할 자치단체가 보증금제 적용 대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 ‘개인 카페’와 ‘많은 매장을 보유한 로컬 브랜드’도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입법예고는 이번 달 중에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제도를 시행하는 시‧도에서 지역 내 여건을 고려해 조례로 보증금 적용 대상을 확대 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 “어디서든 편하게, 교차반납 돼야”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반납하기 편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간 일회용 컵 ‘교차반납’이 가능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실행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제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반납처 증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환경부와 권익위원회가 2020년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응답자 32%는 ‘일회용컵 반납 및 환불 절차의 편리’를 꼽았다.

하지만 실상은 타 브랜드의 일회용 컵 반납을 거부하거나 교차 반납 시스템 자체를 모르고 있는 매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컵 교차반납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타 브랜드 컵을 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장이 너무 작다거나 일회용 컵이 많이 쌓여 불가피하게 받지 못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행규칙에 타 브랜드 컵은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교차 반납이 원활하게 이뤄져야만 컵 반납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0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원칙이 교차반납이라면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매장 수가 2개 이하인 브랜드가 40%인 상황이라면 소비자들은 컵 반납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는 소비자와 매장의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도를 이행하고 있는 점주 분들과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나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며 “또 매장 내 컵 회수 부담을 경감하고 소비자들의 편의 확대를 위해 매장 외 반납처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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